“담배 성분은 영업비밀?” 해외선 몸에 미치는 영향까지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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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 4.0mg, 니코틴 0.35mg.' 국내서 판매되는 담뱃갑엔 이런 표시가 적혀 있다.
흡연자들은 이 두 가지 수치를 보고 특정 담배 제품이 얼마나 독한지를 가늠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함량 표시만으로는 특정 담배 제품이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이에 똑같은 담배 제품에 대해서도 해외에선 성분이 공개되지만 국내에선 비밀인 어처구니없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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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화학물질 중 0.3%만 공개
맛-냄새 좋게 하는 첨가제도 위험
“담배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해야”
‘타르 4.0mg, 니코틴 0.35mg.’
국내서 판매되는 담뱃갑엔 이런 표시가 적혀 있다. 흡연자들은 이 두 가지 수치를 보고 특정 담배 제품이 얼마나 독한지를 가늠한다. 건강을 위해 평소 피우던 담배 대신 상대적으로 타르와 니코틴 수치가 낮은 제품으로 바꿔 피우는 흡연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함량 표시만으로는 특정 담배 제품이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연초담배의 연기 속에는 발암물질이 70여 가지, 화학물질이 7000여 가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담배에 포함된 전체 화학물질 중에 소비자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까지 알 수 있는 건 0.0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담뱃갑에 표시되는 발암물질은 이 외에도 니켈, 벤젠 등 6종이 더 있지만 함량까지는 표시되지 않는다.
2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3년 대한금연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이렇듯 불충분한 담배 성분정보 공개 현황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 같은 담배라도 해외선 성분 공개
“우리가 붕어빵을 사도 이 안에 붕어가 들어 있는지, 안 들어 있는지 물어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담배 성분에 대해선 사람들이 왜 알려고 하지 않을까요?”
헬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포럼에서 청중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유 교수는 담배회사들에 돈을 주고 구매하는 제품인 담배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아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임민경 인하대 의대 교수는 “호주 등 대부분의 해외 주요국은 보건당국 홈페이지를 통해 담배에 들어 있는 성분의 목록은 물론 이들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공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러한 정보가 담배회사의 영업비밀로 간주돼 공개되지 않는다. 이에 똑같은 담배 제품에 대해서도 해외에선 성분이 공개되지만 국내에선 비밀인 어처구니없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182개국이 비준한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정부가 담배제조사로부터 성분 정보를 제출받고 이를 검증해 공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담배 유해성 관리법 제정안은 19대 국회부터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고 있다.
● 흡연 쉽게 하는 첨가제 규제해야
이날 포럼에서는 담배 생산 과정에서 들어가는 첨가제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첨가제는 담배의 ‘목 넘김’을 좋게 하거나 맛과 냄새를 좋게 하는 한편, 중독과 독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첨가제는 600여 종이 있는데, 개별 브랜드별로 40여 종이 첨가제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첨가제는 성분 자체도 문제지만 담배 특유의 ‘역함’을 줄여 흡연을 더욱 쉽게 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브라질은 설탕 등 몇 종류만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첨가제를 금지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도 담배에서 특정 향이 나게 하는 가향 담배를 금지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필터 안에 캡슐을 넣고 그 안에 첨가물을 넣은 형태의 담배가 더욱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신호상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가향 캡슐을 터트리는 건 화학물질 폭탄을 터트리는 것과 같다”며 “세계적으로 담배 제조 시 캡슐을 허용하는 국가가 이제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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