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위안화·엔화 약세 끝낸다”… 逆환율 전쟁 불붙나

김지섭 기자 2023. 6.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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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달러 팔고 日은 엔저에 외환시장 개입 시사

전 세계 2·3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이 각각 위안화, 엔화의 가치가 급락하자 약세를 막기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 두 나라가 통화 약세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개입에 나선 것은 작년 9월 이후 약 9개월 만의 일이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국 통화를 약세로 만드는 ‘환율 전쟁’과 달리 자국 통화 약세를 막는 ‘역(逆)환율 전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두 나라는 작년 9월쯤에도 ‘킹달러’ 위세를 막기 위해 역환율 전쟁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위안화와 엔화 약세는 작년과 달리 주요국 대비 달러 가치가 훨씬 낮아졌는데도 나타나고 있어 경보음이 더 크게 울리고 있다.

◇통화 약세에 개입하는 중·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7.220위안으로 지난 1월 연저점(6.701위안)에서 8%쯤 올랐다.(통화 가치 하락) 중국 정부는 통상 위안화 환율의 마지노선을 ‘포치(破七·달러당 7위안이 깨짐)’로 본다. 하지만 이미 한 달 넘게 7위안 선을 깨고 위로 올라와 있다. 이에 중국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국유은행들은 역외(域外) 시장에서 보유 달러를 팔아 치우며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고 있다.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도 달러 대비 위안화 고시 환율을 지난 26일, 27일 연속으로 시장 예상보다 낮게 올렸다. 고시 환율이 적용되는 역내(域內)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 낙폭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엔저(低)는 위안화보다 훨씬 가파르다. 27일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43.88엔까지 올랐다. 1월 중순 127.88엔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5개월여 만에 13%쯤 급등(가치 하락)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저성장과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타개를 위해 엔저를 어느 정도 용인해 왔다. 하지만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을 위협하자 적극 개입에 나서고 있다. 일본 외환당국의 최고 책임자인 칸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26일, 28일 잇따라 “환율 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치게 움직이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작년 9월 환율이 145엔까지 치솟자 하루에만 200억달러(약 26조원) 넘는 돈을 외환시장에서 팔아 치운 바 있다. 일본 정부가 엔화를 사고, 달러를 파는 실개입을 한 것은 1998년 이후 24년 만의 일이었다. 지난해 9월 중국도 위안화 선물(先物)을 매도할 때 발생하는 비용(외환위험준비금 비율)을 0%에서 20%로 높이는 등으로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섰다.

◇”한국도 무풍지대는 아니야”

작년 하반기 위안화·엔화의 약세는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킹달러’ 현상에서 비롯된 측면이 컸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요 6국 통화와 비교한 달러 가치(달러인덱스)는 지난해 9월과 비교해 10% 넘게 하락했다. 주요국 대비로는 달러 약세지만, 위안화와 엔화 가치가 더 크게 약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전문가들은 최근 두 나라 통화 약세엔 미국 통화정책과의 엇박자, 경기침체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두 나라는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우려로 미국과 달리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지난해 8월 이후 연 3.65%(1년 만기)로 동결하다가 이달 0.1%포인트 낮췄다. 일본도 2016년 이후 마이너스 금리(-0.1%)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금리 차가 커질수록 해외 자금 유출로 통화 약세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에 중국은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 경기 회복세가 더디다.

한편 우리나라도 미국과 금리 차가 커지고, 수출 부진과 연체율 상승 등 경기침체 신호가 켜지고 있다. 그래서 아직 원화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지만 중국, 일본의 외환 시장 개입 영향권에서 벗어난 ‘무풍지대’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음 달 한미 금리 차가 2%포인트로 더 벌어지면 환율이 크게 뛸 수 있다”며 “환율이 1400원 수준까지 가기 전에 선제 대응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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