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부산사람 분노지수 낮춰가기
한국인은 그리 행복하지 않다. UN ‘세계행복 보고서 2023’이 발표한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세계 137개국 중 57위다. OECD 38개국 중에선 35위, 최하위권이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입소스(IPSOS)가 공개한 ‘세계행복 2023’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상황을 종합했을 때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57%, 조사 대상 32개국 중 31위다. 한국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 역시 OECD 22개국 중 최하위다(한국방정환재단).
세계행복 보고서의 행복지수 측정 기준은 ▷소득 ▷건강 ▷관용(집단 내 너그러움) ▷사회적 지원 ▷의사결정 자유 ▷부정부패 정도 등이다. 전반적인 삶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삶의 질’의 지표로 자주 언급하는 것은 출산율과 자살률이다. ‘행복한 사회’와 ‘불행한 사회’를 직관적으로 대변할 지표다. 한국의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 1970년 이래 ‘역대 최저’에, ‘세계 꼴찌’다. 자살률 역시, 지난 3년 코로나19 사망자보다 자살자가 더 많은,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다.
올초 한국의 인구통계 발표 이후, 그 의미를 짚은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세계 최저’의 합계출산율은 ‘한국인의 멸종’을 예언할 만큼 치명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부산의 노령인구 비율 21%에 주목, 부산을 설명하는데 ‘노인과 바다’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국제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위험한 트렌드’, 곧 ‘초거대 위협’의 하나로 본다. 그 저출산-고령화는 부산의 특징적 징후다.
거기에 한국의 수도권 집중은 날로 심화, 지방의 인구 감소→일자리 감소→정주(定住) 여건 약화→인구 유출→지방소멸의 악순환을 부추기고 있다. 부산은 이미 ‘청년유출’을 넘어 ‘가족유출’ 현상을 겪고 있다. 생산연령 인구가 급감하며, 50~60대는 퇴직 후 ‘노년 가난’에 내몰리고 있다. 이쯤이면 부산 역시 ‘살 만한 도시’의 매력을 잃고 있고, 부산사람의 행복도는 수도권보다 낮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신간 ‘세븐 어젠다’(권혁세)는 한국인의 낮은 행복지수를 높일 대안을 모색한다. 첫 번째, ‘사회적 신뢰 제고’다. 특히 분노지수가 높은 사회적 풍토를 걱정한다. ‘공정한 경쟁룰을 확립, 국민의 분노지수를 낮추자’고 제안한다. 한국 사회는 계층·집단 간의 갈등과 대립을 걱정하며 남을 배려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실상 부산사람의 분노지수는 만만찮을 것 같다. 지방소외의 악영향과 함께, 부산 스스로 분노를 키우는 예도 적지 않다. 부산이 제 자원과 사람을 가벼이 여기며, 제 것을 지켜가지 못하는 탓이다. 부산시가 새 도시 슬로건-상징(CI) 개발을, 8억 원을 들여 수도권 전문업체에 맡겼다. 해운대구가 ‘나들이 콘서트’를 열며 금난새와 그가 관여하는 오케스트라를 초청했다. 부산사람들은 더러, 분노하며 묻는다, 부산은 제힘으로 슬로건이며 상징을 개발할 수도, 콘서트를 꾸려갈 수도 없는, 그런 도시인가?
특정업체가 부산 동백섬 앞바다를 매립, 마리나로 개발한다? 청사포 1.5㎞ 앞바다에 풍력발전 설비를 세운다? 이익집단이 천혜의 자연을 상품화하며 배타적 소유를 꾀하는 흐름이다. 부산의 산과 바다를 이권화하려는 집착은 참 끈질기다. 부산사람들은 분노하며 묻는다, 그 산과 바다는 누구의 것인가? 누가 그들에게 그 가당찮은 이권 추구의 동기를 조장하는가? 최근 부산국제영화제(BIFF) 운영을 둘러싼 극단적 혼란은 또 어떤가? 부산사람들은 묻는다. BIFF는 부산의 공공재인가, 특정인의 사유재인가?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 부산의 도시 비전이다. 부산이 정녕 일상의 삶에 행복을 느낄 ‘살고 싶은 부산’으로 당당하려면 부산사람의 행복지수를 높여갈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는 국민행복 증진을 국정운영 목표로 삼아 국정 역량을 집중하되, 부산 역시 부산사람의 분노지수를 제어할 자구(自救) 노력을 중시해야 할 것 같다. ‘카이사르 것은 카이사르에게’, 부산 스스로 부산·부산사람의 몫을 제대로 지켜갈 진지한 노력이 절실하다. 부산이 그런 ‘사회적 신뢰’를 쌓지 않고는, 곳곳의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도, 부산의 도시비전을 추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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