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지 않는다… 묻거나 보듬거나 가만히 둘뿐

이영관 기자 2023. 6.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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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6월 독회] 구자명·이주란, 本審 후보에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는 최근 월례 독회를 열고 구자명 소설집 ‘건달바 지대평’과 이주란 소설집 ‘별일은 없고요?’를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지금까지 김병운·신종원·정지아·김멜라·안윤·장희원·강석경·천운영·이갑수·정영선·손보미가 본심 후보에 올랐다.

그래픽=정인성

구자명의 ‘건달바 지대평’은 건달을 자처하는 주인공 ‘지대평’을 통해 경쟁에 매몰된 삶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건달바’는 불교에서 음악의 신으로 ‘건달’의 어원이다. 이승우 위원은 “(제목에) 어원에서 한참 벗어나 잘못 쓰이고 있는 ‘건달’이라는 단어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는 것 같다”며 “반성 없이 미쳐 돌아가는 비정상의 무서운 세상에서 구자명의 이 인물 건달바 지대평은 우뚝하다. 사욕과 물욕에 붙들리지 않는 어떤 정신 영역을 추구하는 것이어서 이 무한 경쟁 시대의 대항적 모델로 제시할 만하다”고 했다. 김동식 위원은 “최근의 한국 소설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캐릭터인 건달을 만났다”며 “개인은 어떠한 양상으로 존재해야 하며 사회와는 어떠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느냐 하는, 살아가는 데 아무짝에도 쓸모없지만 근원적인 물음으로 우리를 이끈다”고 평했다.

이주란의 ‘별일은 없고요?’는 퇴사나 이별 같은 ‘별일’을 겪은 이후 삶의 온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김인숙 위원은 “소설 속 별일은 별일 아닌 것들 속에서 발화한다”며 “심심한 문장 속에서 우리는 이주란이 굳이 숨겨두지도 않고 거기에 가만히 놔둔 시간과 풍경과 마음에 시선을 기울이게 된다”고 했다. 정과리 위원은 “각자의 입장에서 상대방이 얼마간 맞지 않는 사람들 사이의 미세한 어긋남에 대한 소설”이라며 “이 어긋남은 분열과 불화를 야기하지만, 이주란식 인물들은 이 부스러기 감정들을 소중히 보듬고 그것들에서 생의 기미를 다시 지피는 의욕을 보인다”고 했다. 구효서 위원은 “섣부른 번민과 불행의 기색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인물들이 얼마나 자신의 존재를 위해 최선을 다해 힘쓰는지를 에둘러 알 수 있게 한다”며 “위로 쿠폰보다는 비장성(悲壯性) 보험에 가까운 소설”이라고 평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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