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나노로 AI 시장 주도” TSMC에 ‘선전포고’
“인공지능(AI) 혁명은 반도체 산업의 ‘게임 체인저’입니다. 삼성전자는 이 새로운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27일(현지 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SFF) 2023′ 무대에 선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현장 객석을 가득 채운 700여 반도체 기업 관계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퀄컴·AMD 등 AI 반도체 업계의 큰손 고객이 한자리에 모였다. 행사에 참석한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지난 4월 인근에서 열린 대만 TSMC 행사에도 참석했던 기업”이라며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맹추격하고 있는 삼성이 기습적으로 첨단 기술 로드맵을 공개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년 단위로 열던 포럼을 이례적으로 8개월 만에 개최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이 지금을 챗GPT가 촉발한 AI 반도체 수요 급증의 ‘골든타임’이라 보고, 행사를 앞당기면서까지 TSMC의 시장을 본격적으로 뺏어오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2나노’ 경쟁에서 선수 날려
삼성전자는 이날 “2025년 2나노(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공정으로 모바일 반도체를 양산하고, 2026년에는 고성능컴퓨팅(HPC), 2027년에는 차량용 제품을 제조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연도별로 2나노 공정 제품 생산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TSMC는 2025년, 미국 인텔과 일본 라피더스는 각각 2024년과 2027년쯤에 양산한다는 대략적인 계획만 발표한 상태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2나노 공정 개발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뢰감을 주려는 전략이다.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은 파운드리 산업의 차세대 격전지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3나노 이하 공정의 매출 규모는 올해 84억5000만 달러(약 11조원)에서 2026년엔 4.5배 수준인 381억8000만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이 미세할수록 면적은 작으면서 전력 효율이 높은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데, 복잡한 구조의 AI 반도체 제조에 최적화된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은 3나노 공정에 비해 전력 효율이 25%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 도입이 TSMC를 뛰어넘을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이 “5년 안에 TSMC를 따라잡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이유도 2나노 이하 공정에서 TSMC를 앞설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에 세계 최초로 적용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이 2나노부터 TSMC·인텔 등이 모두 채택하는 표준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리 시행착오를 겪은 삼성전자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2027년 1.4나노 양산도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전력 반도체 ·후공정… ‘파운드리 올라운더’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미주 총괄(부사장)은 이날 “파운드리 사업은 호텔과 비슷해, 좋은 레스토랑과 객실(기술)도 있어야 하지만 훌륭한 컨시어지(다양한 요구를 들어주는 서비스)와 언제나 예약이 가능한 수용력(생산능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제품의 다양성과 함께 생산 규모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2025년 8인치 질화갈륨(GaN) 전력반도체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질화갈륨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보다 전력 소모를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어, 차세대 AI 반도체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또 글로벌 반도체 부품사·팹리스·IP(설계자산) 업체들과 후공정 기술 개발을 위한 ‘최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 협의체(MDI)’를 올해부터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엔비디아의 AI반도체 공급난이 패키징에서 문제가 난 것인 만큼, 첨단 후공정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고객의 주문이 절대 밀리지 않도록 충분한 생산량을 갖추겠다”고도 했다.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2027년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클린룸 규모가 2021년 대비 7.5배 급증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과 미국의 신규 생산라인을 번갈아 가동하는 ‘핑퐁 전략’으로 고객사의 제조 수요를 최대한 만족 시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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