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신 음성으로 작동하는 기계… 뇌 진화 막을 수도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2023. 6.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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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학 박사 나흥식의 몸이야기]

직립 인간이 침팬지로부터 갈라져 나온 이후 대뇌가 3배 커졌고, 몸무게의 0.5%인 손이 대뇌피질 영역의 1/3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직립하여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됨으로써 통찰과 창의성을 주도하는 뇌의 전전두엽을 6배 커지게도 했습니다. 결국 손을 사용한 것이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는 원동력이 된 셈이지요. 최근 손이 아닌 말로 작동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각종 전자 기기는 신기하고 편해 보이지만, 뇌의 진화를 거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뇌 크기가 3000년 전부터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미국 다트머스대학 드실바 교수 연구팀은 집단이 지식을 공유하고 각자의 역할이 세분화되면서 뇌가 효율성을 감안하여 크기를 줄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는 개미의 뇌 크기가 개체의 역할 분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와도 일치합니다.

뇌와 컴퓨터는 기억이나 연산 등 서로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뇌는 뇌척수액에 담겨있는 용액 컴퓨터라는 것입니다. 물속에 담겨있는 뇌가 컴퓨터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할 리 없겠지요. 최근 호주의 생명공학 기업인 ‘코티컬 랩스’ 연구팀은 뇌세포를 배양한 ‘접시 뇌’를 이용하여 인공지능보다도 학습 속도가 훨씬 빠른 바이오컴퓨터를 개발하였습니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뇌를 대신하는 기술이나 사회 체제는 고도화될 것입니다. 당연히 손과 뇌를 덜 쓰게 될 것이고 뇌는 더 위축되겠지요. 뇌를 잘 유지하려면 손과 뇌의 사용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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