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존재 확인
어린 시절, 그러니까 초등학교 3학년 정도였을 것이다. 나는 꽤 조숙한 편이었나 보다. 모든 것이 궁금했다. 그것이 오늘날 내가 생각하는 존재 확인의 문제는 아닐지라도 내가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 궁금했다. 내 존재의 원인이 당연히 부모님이라면 맨 처음의 인간은 어디서 왔을까? 동네의 맨 끝 외딴집이라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넓은 강변 풀밭에서 소에게 풀을 뜯기면서 혼자 외로이 상념에 들었고 커 가면서 그 물음도 커 갔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사는가. 시간은 왜 가는가. 신(神)은 있는가. 있다면 왜 나타나지 않으시는가. 우주는 끝이 있는가 없는가. 끝이 있다면 그 밖의 세계는 무엇인가. 호주국립대학 사어먼 드라이버 박사는 우주의 모든 별이 몇 개인가 세어 봤는데 7×10에 22제곱 개라고 했다. 양으로 표시하면 양손으로 모래를 모으면 약 800만개가 된다고 하는데 우주의 별은 지구 표면에 있는 모든 해변과 해저, 사막에 있는 모래 알갱이 수의 7배라고 한다. 얼마나 신비한가. 더하여 인간의 정신세계는 얼마나 복잡하고 신비로운가.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시인이 있어 신을 만나거든 아무리 바빠도 한번 다녀가라고 말씀드리라고 했다. 2천년이나 기다린 백성을 가엾게 여기시고 한국이 아니더라도 어디든 오시면 생중계하면 되니 오시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푸틴도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것이고, 북의 돼지 남매도 핵무기 생산을 중단하고 신학교에 입학할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세파에 시달리다 보면 이런 문제를 잊기도 한다. 그러다 다시 내 자리에 오면 또 생각하게 된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생각했던 문제. 나는 이것을 ‘존재 확인의 문제’라고 명명한다. 눈을 들면 보이는 것도 이상하다. 모든 존재가 내 시야에 놓인 것도 그냥 받아들일 수 없다. 처음부터 그냥 있었다면 그것은 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것을 데카르트의 방법적회의처럼 의심하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오늘도 길을 걷다가 문득 생각한다. 눈을 들면 보인다. 저것들은 왜 보이는 것일까. 존재는 왜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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