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만기친람은 실패의 지름길
책임 총리·장관 보이지 않아
지나친 권한 집중의 출발점
경중 따져 선택과 집중 해야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하면서 입시 비리 사건을 수도 없이 다뤄 봤고, 특히 조국 일가의 대입 부정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등 대입 제도에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 만기친람을 하기 시작하는 것도 대개 집권 2년 차부터다. 대통령에게는 온갖 정보가 모이고 최고의 참모들이 조언한다. 그러니 대통령은 ‘나는 다 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주변에서 부추기는 부류도 생긴다. 윤 대통령도 올해 들어 부쩍 “직접 챙기겠다”는 게 많아졌다. 수출, 민생 현안, 규제 철폐, 부동산 등 그 대상이 하나둘이 아니다. 급기야 수능 출제 방향까지 직접 챙기겠다고 나선 것이다. 나라의 기본 틀을 바꾸는 사안들인데, 정부 내에서 추진 전략이 충분히 다듬어졌는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논란의 최전선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만 5세 조기 입학’, ‘주 69시간 노동’을 놓고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다. 국민 삶에 직결된 주요 정책들이 윤 대통령의 한마디에 좌우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리고는 검사 출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평생 관료로 일한 장관이 존재감을 잃는 일이 잇따라 일어났다.
윤 대통령은 만기친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 후보 시절인 2021년 10월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이 만기친람해서 모든 걸 좌지우지하지 않고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이 능력과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국정을 시스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만기친람의 부작용과 폐해를 익히 알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해 4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면서도 ‘책임 총리제’를 강조했다. 5월1일 대통령실 인선 때도 “행정부가 창의적이고 핵심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대통령실은 조율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겠다는 명분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했고 대통령실 규모를 줄였다. 그러나 책임 총리, 책임 장관은 보이지 않고 매사에 대통령만 보인다. 법무부, 국토교통부를 빼면 존재감 있게 이슈를 주도하는 장관이 누가 있나.
집권 2년 차가 되면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도 변한다. 1년 차 때와는 달리 국민 기대치는 높아지고 평가는 냉정해진다. 국민이 첫해에는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지만 2년 차부터는 시비를 엄격히 따지고 구체적인 실적을 요구한다. 정권의 지나친 자신감과 허니문 기간을 끝낸 국민의 냉정한 시각이 맞물리면 국정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그래서 “국민과 정부의 관계는 1년 차 때는 연애 같고, 2년 차는 결혼 같다”는 말도 있다.
윤 대통령은 만기친람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나라의 모든 일에 손대려 하기보다 꼭 해야 할 일을 선택하고 그것에 역량을 쏟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만기친람을 부추기는 주변의 달콤한 말에 빠져서도 안 된다. 만기친람은 정책 혼선을 부르는 것은 물론 정부와 집권당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막는다. 모두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게 되는 권한 집중 현상도 발생한다. 역대 대통령의 실패에는 여지없이 만기친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박창억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