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좋은 고독, 나쁜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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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초 직장을 떠난 분들은 이제 서서히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우리에게 친숙한 프랑스 가수 조르주 무스타키의 노래 '나의 고독'(Ma Solitude)의 가사에는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고독이 함께 있으니"라는 구절이 나온다.
젊고 바쁠 때는 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독의 존재는 변수에서 상수로, 관념에서 실체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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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초 직장을 떠난 분들은 이제 서서히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혼자 있는 시간은 어떤 이에게는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지만 어떤 이한테는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프랑스 가수 조르주 무스타키의 노래 '나의 고독'(Ma Solitude)의 가사에는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고독이 함께 있으니…"라는 구절이 나온다. 처음에 이 가사를 접하면 외로운 사람이 외롭지 않으려고 애쓰는 듯한 모습이 떠오르지만 사실 이 노래는 혼자 있는 고독을 즐기는 곡이다.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고독이라는 말 자체가 우리에게는 외로움을 뜻하는 말로 대체되어버린 탓이다. 번역의 책임이 크다. 사전에는 'Solitude'가 고독으로 번역돼 있지만 진짜 외로움을 뜻하는 'Loneliness'도 고독으로 번역된다. 좋든 싫든 혼자 있는 것이 고독이라는 말로 표현되고 고독사라는 말에서처럼 나쁜 뜻으로 쓰인다. 같은 고독이라도 'Solitude'는 고고(孤高)한 고독이고 'Loneliness'는 고립(孤立)된 고독이다. 'Solitude'의 고독은 좋은 의미지만 현실적으로 쉽게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실제 'Solitude'로 표현되는 고독은 창의적이고 행복한 시간들이다.
우리가 아는 칸트, 베토벤 같은 철학자나 예술가들이 혼자 걷거나 조용한 명상을 통해 새로운 창작의 세계로 몰입해 들어가는 시간이다. 반면 'Loneliness'로 표현되는 고독은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갈 수도 있다. 전자는 선순환으로 가는 길이고 후자는 악순환의 길이다. 기울기가 서로 반대방향이다. 젊고 바쁠 때는 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독의 존재는 변수에서 상수로, 관념에서 실체로 바뀐다. 처음에는 잘 안보이는 가벼운 털 정도에 불과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것들이 하나씩 엉켜서 눈에 보이듯 살아 있는 생물체로 변한다. 의식되지 않던 그림자에서 늘 옆에 붙어다니는 친구가 된다.
이제는 고독이라는 존재가 관리의 대상으로 변한다. 그래서 고독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판단이 필요하다. 아이작 뉴턴은 천체의 움직임을 알아보기 위해 미분이라는 수학을 만들어냈다. 고독에도 미분을 쳐볼 필요가 있다.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로 나오면 가급적 빨리 벗어나야 한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등 인간의 실존을 다룬 많은 철학자도 고독의 문제에 대한 해법들을 제시했다. 예술을 가까이 하고, 다른 사람 신경쓰지 말고, 소소한 목표들을 만들어 혼자 즐기라는 등…. 젊은 시절부터 직장에서 허겁지겁 일생을 보내는 동안 배우자는 본의 아니게 고독을 관리하는 법을 나름대로 체득한다.
하지만 이제 늦깎이로 고독을 마주하는 분들은 홀로서기를 위한 선택의 기로에 있다. 수십 년 조직생활의 관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본인의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배우자나 주변의 지인들에게 너무 의지하지 말고 자신만의 즐거운 생활습관(daily routine)을 만들어야 주변에 평화가 오고 세상이 달리 보인다.
김준동 법무법인 세종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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