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화이트(white)라는 단어의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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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는 수면 유도 빗소리 콘텐츠가 넘쳐난다.
화이트 해커는 의뢰한 기업·기관의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하면서 해커의 예상 공격을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화이트'는 부정적 의미의 단어를 긍정과 희망의 뜻으로 바꾸는 마력이 있다.
일본 법령에서 '그룹 A'로 표현되는 화이트리스트는 일본 기업이 무기 개발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나 기술을 수출할 때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방국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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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는 수면 유도 빗소리 콘텐츠가 넘쳐난다. 장독대에 떨어지는 빗소리, 숲속 텐트에서 듣는 빗소리 등 다양한 종류에, 분량도 몇십분짜리부터 10시간이 넘는 것까지 있다. 이렇게 일정한 스펙트럼을 가진 소음을 백색소음(white noise)이라고 한다.
바람 소리, 파도 소리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자연음은 물론 공기청정기·선풍기 소리 등 저주파 기계음도 그 일종이다. 울다가 청소기만 틀면 자는 아이도 있다. 스터디룸을 겨냥한 백색 소음기 제품도 있다. 층간소음처럼 신경을 거스르는 소음에 비해 좋은 소음이라는 뜻에서 ‘백색(white)’이란 말이 붙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프랭크 애버그네일이란 실존 인물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희대의 사기 행각을 벌이다 체포된 그는 사기 사건 수사에 협조한다는 조건으로 가석방됐다. FBI에서 30년간 일한 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보안 컨설팅 회사까지 차렸다. 애버그네일처럼 범죄 수법에 도통한 사람이 컴퓨터 보안 쪽에서 일하면 ‘화이트 해커’가 된다. 화이트 해커는 의뢰한 기업·기관의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하면서 해커의 예상 공격을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레 미제라블>에서 장 발장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성당에서 은촛대를 훔쳤다 붙잡혔지만, 신부님의 비호로 풀려난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서 창문 밖 한 장 남은 담쟁이잎과 자신의 생명을 동일시하던 폐렴 환자 존시는 이웃집 늙은 화가가 폭풍우 속 밤새 그린 가짜 잎새에서 삶의 희망을 되찾는다. 신부와 노화가의 거짓말은 ‘하얀 거짓말(white lie)’이다.
‘화이트’는 부정적 의미의 단어를 긍정과 희망의 뜻으로 바꾸는 마력이 있다. 일본이 한국을 4년 만에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복원했다. 일본 법령에서 ‘그룹 A’로 표현되는 화이트리스트는 일본 기업이 무기 개발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나 기술을 수출할 때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방국을 지칭한다.
‘블랙리스트’가 ‘요주의’나 ‘제거’ 대상을 뜻한다면 화이트리스트는 신뢰를 기반으로 지원하고 살려줘야 할 대상 목록이다. 유대인들을 살리기 위해 만든 ‘쉰들러 리스트’도 화이트리스트다. 이번 화이트리스트 재지정은 2018년 징용공 피해 배상 판결 이후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의 완전한 회복 의미가 있다. 안보·경제 협력을 통한 양국 간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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