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납북문제 메시지 '北 바뀌어야'서 '바꾸겠다'로
지난해 이어 연속 참석…한미 공조·남북 정세 변화 반영
남북, '납북자' 문제 두고 평행선…북일도 견해 차 존재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8일 제 10회 6·25전쟁납북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석해 "납북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의 책임있는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서 열린 제10회 '6·25전쟁납북희생자 기억의 날' 격려사에서다. 인도적 지원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은 정치·군사적 고려 없이 추진하되 잘못된 부분은 분명히 지적해 원칙있는 남북관계를 정립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반영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권 장관은 이날 격려사에서 "북한은 6·25전쟁 중 우리 국민 10만여명을 강제로 납치한 뒤 북한에 억류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최소한의 생사 여부조차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며 "어떠한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자유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에 입각해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등의 인도적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납북자분들과 가족들의 연세를 감안해 생사확인 등 실질적인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대화를 거부한 채 도발을 계속하는 답답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국제적 협력과 연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 유엔 인권결의안 등을 통해 납북문제 해결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확인하고 북한의 책임 있는 태도 변화를 견인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 권 장관 납북문제 관련 메시지, '北은 대화 나서라'에서 '北 태도 바꾸겠다'로
2011년부터 매년 6월 28일 열린 기억의 날 행사는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류길재 전 장관이 2013, 14년 행사에 연달아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 조명균 전 장관 재임 기간(2017. 7. 3~2019. 4. 8)엔 행사가 없었고, 김연철 전 장관(2019. 4. 8~2020. 6. 19)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인영 전 장관(2020.7. 27~2022.5.9) 때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권 장관이 '기억의 날' 행사에 참석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권 장관은 지난해 격려사에서 "북한은 여전히 민간인 납북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데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북한 당국이 이제라도 적극적이고 진지한 자세로 대화에 나서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이번 격려사는 북한에 직접 태도 변화를 주문하기보다는 북한의 비인도적 행위를 보다 강하게 규탄하고 북측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는 점이 지난 격려사와 다르다.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남북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등 남북연락채널의 단절로 높아진 긴장감, 북한 인권·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공조 강화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월 27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공동성명 최초로 납북자와 억류자,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명시했다.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유엔(UN)은 오는 29일(현지시간) 미국과 한국, 일본, 호주, 유럽연합(EU)이 공동 주관하는 화상 심포지엄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북한 납치 피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 납북자 문제 별도로 vs 이산가족 범주에서…남북 입장차 여전
납북자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기 의사에 반해 북한에 의해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으로 강제로 끌려간 사람을 의미한다. 크게 6·25 전쟁 중 납북된 사람과 군사정전협정 체결(1953. 7. 27) 이후 납북된 사람으로 구분된다. 6.25 전쟁 중 납북자를 전시 납북자, 정전협정체결 이후 납북자를 전후 납북자로 부른다. 정부는 6·25전쟁 납북자(전시 납북자)는 대략 10만명, 현재까지 북한에 억류돼있는 전후 납북자는 516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국가의 기본 책무로 여기고 해결을 모색해왔다. '납북자는 없다'는 북한과는 달리 납북자와 '외부적 요인으로 흩어진' 이산가족 문제는 별도로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6·15 정상회담 이후 적십자회담이나 실무접촉 등 남북대화 계기마다 납북자의 전면적 생사확인,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확인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납북자·이산가족을 '전쟁 시기와 그 이후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의 범주 안에서의 해결을 고집하고 있다.
북한과 일본도 납북자에 대한 견해 차가 있다. 일본 정부가 파악한 1970∼1980년대 자국민 납북자는 17명이다. 그 중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방북 후 일시적 귀환 형태로 돌아온 5명을 제외한 12명이 여전히 북한에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북한은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납치했다고 인정한 일본인 수는 13명이며, 귀환한 5명 외 8명은 모두 사망했으므로 더 이상 해결할 납북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 외무성 일본연구소 리명덕 연구원 글을 통해 납북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일본을 향해 "피해자 전원귀국이 실현되지 않으면 납치문제의 해결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떼를 부리는 것은 죽은 사람을 살려내라는 식의 허망한 망상에 불과하다"며 "과거 식민지를 운영한 일본이 납치와 인권을 거론하는 것은 파렴치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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