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가슴까지 들이쳤는데…” 40㎝ 물막이판에 불안 떠는 반지하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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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 힌남노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지난해 폭우로 2000여만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반지하 주민 심모씨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근 도림천이 순식간에 범람해 집 내부에서 하수구가 역류한 경우에는 물막이판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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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주택 물막이판 설치율 36% 그쳐
주민·상인들 “40㎝ 턱도 없고, 번거로워”
행안부 “설치 꺼리는 집주인 등 계속 설득”
“세입자들이 눈치 보는 것도 있고, 40㎝ 높이가 소용이 있을까 싶은 마음도 있는 거죠. 지난해에 진짜 물이 순식간에 들이쳤잖아요”
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 힌남노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저층이나 반지하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싱숭생숭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신림동 저층 세대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후속 대책으로 구청에서 ‘물막이판’ 설치를 해주고 있긴 한데, 주민들의 호응도가 그렇게 높은 느낌은 아니다”라며 “지난해 폭우로 가슴이나 목까지 물이 들이찬 세대가 적잖은데, 물막이판이 무용지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신림동 한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발달장애가 있는 일가족 3명이 물이 가득 들어찬 집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관악구에서만 4800여 세대가 침수됐다. 10개월여가 지난 이달 현장을 살펴보니 외부에서 빗물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물막이판이 설치된 가구가 드문드문 눈에 띄었지만, 미설치한 가구도 수두룩했다.
사고를 목격하거나 침수 피해를 직접 겪은 이곳 주민들은 물막이판만으로는 피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폭우로 2000여만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반지하 주민 심모씨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근 도림천이 순식간에 범람해 집 내부에서 하수구가 역류한 경우에는 물막이판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상가 1층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에 일단 설치하긴 했지만, 지난해처럼 많은 비가 내릴 경우 40㎝ 높이의 물막이판으로는 턱도 없다. 최소 허벅지 정도까지는 돼야 한다”며 “상시 설치해 둘 수도 없고, 수동으로 판을 넣었다 뺐다 해야 하는 구조라 번거롭기도 하고 설치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실제 이씨가 문 밖에 물막이판을 설치하는 데 3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집값 하락 우려에 집주인이 설치를 꺼려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물막이판을 설치하면 침수 피해를 본 집이라고 광고하는 것으로 생각해서인지 집주인들이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임차인이 설치를 원해도 임대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사유재산이라서 설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여름철 풍수해 분야별 대책을 발표하며 폭우로 반지하 주택에서 인명피해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침수 방지시설 설치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신속한 대피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한경 행안부 재난관리실장은 “침수 피해 우려가 있으면 대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차수판이 있으면 주민이 심리적 안정을 느낄 수 있고 (대피) 시간을 벌 수 있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물막이판 설치가 늦어지거나 설치를 희망하지 않는 가구는 지자체가 보유한 이동식·휴대용 물막이판과 모래주머니, 배수펌프 등의 수방자재를 행정복지센터 등에 전진 배치해 침수 우려가 있을 때 즉시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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