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와 FA컵은 다르다···꺾이지 않는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 전북 2년 연속 FA컵 4강행

윤은용 기자 2023. 6. 2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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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제공



전북 현대는 올해 추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지난해 울산 현대에 내준 리그 우승을 되찾겠다는 각오가 남달랐지만, 개막 후 기나긴 부진과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해 밑으로 처졌다. 감독이 경질되고 대행을 거쳐 새 감독이 선임되는 등 혼란스러운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리그에서는 자존심이 무너졌어도, 대한축구협회(FA)컵은 또 달랐다. 지난해 FA컵 우승을 차지한 전북이 디펜딩 챔피언, FA컵 최다 우승팀의 자존심을 세우며 2년 연속 FA컵 4강에 진출했다.

전북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2023 하나원큐 FA컵 8강전에서 4-0 대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수원 삼성과 FA컵 최다 우승 기록(5회)을 공유하고 있는 전북은 수원이 같은 날 인천 유나이티드에 2-3으로 패해 8강서 탈락하면서 FA컵 최다 우승 기록 단독 1위를 향한 여정을 이어가게 됐다. 전북은 2년 연속 FA컵 4강에 진출했는데, 지난해 4강 진출팀과 비교하면 전북만 바뀌지 않았다. 또 데뷔전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봤던 단 페트레스쿠 전북 감독은 2경기 만에 데뷔승을 챙겼다.

이날 경기는 FA컵 4강 진출이라는 것 외에도 전북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전북은 지난 24일 열린 광주와 리그 19라운드 경기에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0-2로 완패했다. 김두현 감독 대행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은 페트레스쿠 전북 감독의 데뷔전이 허무한 완패로 장식되면서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4일 만에 다시 만난 광주를 상대로 전북이 이를 가는 것도 당연했다. 그래서 부상자가 많음에도 투입할 수 있는 최고의 선수들을 모두 투입했다. 일찌감치 로테이션 가동을 예고한 이정효 광주 감독이 지난 리그 맞대결 선발 명단에서 11명 모두를 바꾼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전북은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붓고도 광주의 조직적인 수비에 막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0-0으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전도 비슷하게 경기가 전개됐는데, 후반 12분에 가서야 전북이 마침내 골문을 열었다. 문선민이 왼쪽에서 넘긴 땅볼 크로스를 광주 수비수들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해 문전으로 쇄도하던 송민규 앞으로 향했고, 송민규가 가볍게 슈팅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어렵게 광주 골문을 연 전북은 이후 쉴새없이 골을 터뜨렸다. 후반 18분에는 조규성이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서 추가골을 넣었다. 후반 23분에는 송민규가 오른쪽에서 올린 낮은 크로스를 아마노가 마무리해 3-0으로 차이를 벌렸다. 기세를 탄 전북은 후반 44분 조규성이 멀티골을 작성하며 쐐기를 박았다.

한편 전북의 최대 라이벌인 울산 현대는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120분을 1-1로 비긴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5-6으로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됐다. 울산의 6번째 키커 바코와 7번째 키커 박용우가 연달아 실축한 반면, 제주는 6번째 키커 이주용의 슈팅이 울산 골키퍼 조현우에게 막혔으나 7번째 키커 연제운이 성공시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 밖에 포항 스틸러스는 강원FC를 상대로 후반 막판까지 0-1로 끌려가다 후반 37분 김승대, 후반 42분 박찬용의 연속골로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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