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해법, 다양성 존중·수평 문화에 있다”[2023 경향포럼]
‘생존’ 넘어 ‘삶의 질’을 추구
획일화된 소비는 점점 도태
집단 아닌 개인의 성장 도모
온라인에 올라온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을 통해 분석해온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은 28일 “저성장 시대 속에서 건강한 성장의 방향은 각기 다른 개인의 취향을 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부사장은 이날 <2023 경향포럼> 강연에서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빠른 경제개발을 이뤄냈던 ‘독일 라인강의 기적’을 모델링해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며 “한때 ‘부자 되세요’ 같은 캐치프레이즈가 유행했듯이 양적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에 갈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인구가 늘면 소비가 늘고, 시장이 커지고, 투자가 느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생각해왔다”며 “이 선순환은 무한한 경제성장 시스템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가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을 일궈내 ‘저성장’ 시대에 들어섰기 때문에 성장 가치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해외여행객 급증, 10대들의 고가 휴대전화 구매, 팝가수 브루노 마스 내한공연 티켓 매진 현상 등을 예시로 들며 한국 사회는 이미 경제적으로 번영했고, ‘생존’보다 ‘삶의 질’을 중요한 가치로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도 했다.
송 부사장은 스마트팩토리(다양한 분야의 생산 과정에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한 지능형 생산공장)와 밸류체인(원료부터 소비자의 손에 제품이 들어가는 과정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엮은 것)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재화 공급이 넘쳐나게 됐고, 세계가 풍요를 누리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에게서 ‘합리성’의 의미가 바뀌기 시작했다”며 “무한리필과 같이 양적 형태의 보상보다는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질적 형태의 보상을 더욱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송 부사장은 “물질적 풍요를 겪은 세대에게 소비는 단순히 필요한 것을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됐다”면서 “오마카세(주방 특선 요리), 에스프레소 투어, 위스키 구매 등 취향을 충족하는 소비에 대해 소비자들은 지갑을 더 열고 있다”고 했다. 또 단일한 방식으로 살기를 거부하는 문화 속에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포용성’의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 부사장은 “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같은 거대 집단 단위의 성장이 아니라 개개인의 성장을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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