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수 흐르는 ‘대구 신천’, 걷고 머물고 즐기는 ‘수변공원’ 탈바꿈 [지방기획]

김덕용 2023. 6. 28.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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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2030년까지 5890억 투입 조성
20년전만해도 하수·폐수 흘러들고 악취
지금은 수달 찾는 맑은 물로 환골탈태
고정식 물놀이장·스케이트장 설치 예정
리버뷰 테라스 만들고 내달 수영대회도
‘대프리카’ 극복한 식목사업 기조 이어와
둔치엔 버려진 나무 옮겨 심어 숲길 조성
7개 기관 합심… 내년까지 3000주 식재

대구시가 도심 외곽 금호강과 함께 시내 중심을 가로지르는 신천을 일상의 활력이 넘치는 고품격 수변공원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간 활용도를 높여 더 많은 시민이 더 쾌적하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신천에는 연간 600만명의 시민이 찾고 있지만 그동안 치수 중심 공간으로만 관리해 산책로나 체육 시설 등 레저 공간으로는 제한적 이용에 그쳤다. 이에 따라 시는 시민 눈높이에 맞춰 개발하기로 하고, 신천의 패러다임을 ‘걷고 머물고 보고 즐기는 정원 라이프’가 가능하도록 전환하기로 했다.

28일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30년까지 국비 1709억원, 시비 4181억원 등 총사업비 5890억원을 들여 △고품격 수변공원 조성 △건강한 물길 복원 △시민 일상 향유 공간 조성 △지속 가능하고 미래 지향적인 행정 시스템 구축 등 신천에 대해 4대 전략과 10개 실행계획을 추진, 대구를 대표하는 여가 공간과 관광 거점으로 만들기로 했다.
◆“맑아진 신천서 어린이 수영대회를”

대구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총길이 12.5㎞, 유역면적 165㎦의 신천에는 2005년 1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된 수달 4마리가 처음 발견돼 환경 전문가는 물론 대구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수질이 좋아지면서 1급수에서만 산다는 꺽지를 비롯해 잉어, 붕어 등이 심심치 않게 발견됐지만 수달까지 서식할 줄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천 복원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신천은 20년 전만 해도 도시 개발 과정에서 생활 하수와 공장 폐수가 흘러들어 쓰레기가 떠다니고 악취 나는 시궁창에 지나지 않았다.

수질의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0㎎/ℓ를 훨씬 웃돌아 하천 근처에 가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하천 살리기에 나선 대구시는 우선 신천에 유입되는 오·폐수 차단을 위해 신천에 오·폐수 차집관로를 설치했다. 신천하수처리장에서 정화 후 방류하는 물을 하루 10만t씩 상류로 끌어올려 신천을 평균 수심 70㎝, 1년 내내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바꿔 놓았다. 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민선 8기 출범 후 신천에 풍부한 유량 확보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1급수 낙동강 물을 하루 10만t 추가로 공급하는 등 유지용수를 2배로 늘렸다. 우·오수 분류화로 하천 오염원을 차단하고 하수 악취 차단을 위해 악취 저감 장치도 설치한다.
상류 하천변에는 백사장과 강수욕장을 만들어 시민들이 마음 놓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다. 매년 계절별로 설치와 철거가 반복되면서 시민 불편 요인으로 지적되어 온 신천 둔치 물놀이장과 스케이트장은 2024년 7월 개장을 목표로 대봉교 상류에 사계절 활용 가능한 고정식 시설로 조성하기로 했다. 시는 7월 깨끗해진 신천에서 어린이 수영 대회도 연다. 이와 함께 교량 등에서 신천을 조망하고 즐길 수 있는 ‘리버뷰 테라스’를 구축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도심 구간 하천 중복 공사, 각종 시설물 관리 주체 불분명 등 문제 해결을 위해 6개 구와 군이 분담하는 하천 관리 권한을 시로 일원화했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앞줄 가운데)과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 왼쪽)이 로봇 개와 함께 신천 둔치 보행로를 걷고 있다. 대구시 제공
◆개발지서 버려진 나무 심어 ‘재활용’

대구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전국 최고의 ‘폭염지’로 유명하다. 시는 도심 온도를 낮추기 위해 1996년부터 나무 심기를 시작해 2006년 지방 도시 최초로 1000만그루를 식재한 데 이어 2018년까지 총 3677만그루를 심었다. 이런 추세면 2023년까지 5000만그루를 심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가 25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나무 20그루를 심는 셈이다. 그 결과 7대 특·광역시의 지난 5년간(2016∼2020년) 폭염일수 대비 평균 온열질환자는 대구(0.05명)가 가장 적었다.

대구시는 이에 착안해 신천 둔치 산책로에 그늘 있는 숲길 조성에도 나섰다. 숲길을 만들어 탄소중립을 확산하고 시민들에게는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걷고 싶은 녹음길, 동식물에는 서식처를 제공하는 등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 생태 환경을 조성한다는 게 시의 복안이다. 대구 주요 개발사업지 내 폐기 대상인 지장 수목을 신천 둔치에 옮겨 심어 재활용한다. 사업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구도시개발공사 등 7개 공공기관도 참여한다. 이들 기관이 개발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제거 대상 나무를 활용할 계획이다. 느티나무, 벚나무, 소나무 등 내년 11월까지 신천 둔치 23곳에 총 2961주를 심는다. 참여 기관들은 2025년까지 걷고 싶은 하천변 숲길, 도심 속 머물고 싶은 미니 정원, 시민이 만들고 가꾸는 쌈지숲 등 다양한 테마로 신천 나무 심기 사업을 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 ‘신천 수변공원화 사업’은 지난해 대구를 빛낸 사업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부산시의회 의원 연구 단체인 온천천 연구포럼 회원들이 하천 관리 일원화 방안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는 등 신천이 전국 도심 하천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장재옥 대구시 금호강르네상스추진단장은 “앞으로도 시민 편익을 위해 선도적이고 적극적인 행정 추진을 약속한다”면서 “신천을 체계적으로 개발해 시민들에게 일상의 활력이 넘치는 수변 라이프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신천 전체 ‘숲 공원’으로 조성  年 1000만명 찾는 명소될 것”  

“아름답고 활력이 넘치는 새로운 신천에서 시민들이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길 기대합니다.”

홍준표(사진) 대구시장은 28일 “연간 600만명의 시민이 찾는 신천에 하루 20만t의 유량으로 수질을 개선하고, 강수욕이 가능한 친수 공간으로 조성함으로써 대구 수변 공간의 대변혁이 시작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시장은 서울 청계천 복원사업 모델이 대구 신천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대구 신천 개발은 1990년대 후반 문희갑 전 대구시장이 재임할 당시 시작했고,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신천을 모델로 청계천 복원사업을 완성했다”면서 “하지만 문 전 시장 이후부터 신천이 제대로 관리가 안 돼 지금까지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월 신천 가창교 하류 도심 구간의 하천 관리 권한을 6개 구와 군으로부터 돌려받아 일원화했다. 홍 시장은 “대구시가 신천을 총괄 관리하면서 과거 3급수 물이 흐르던 것이 지금은 들어가서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1급수 물이 흐르고 있다”면서 “일부 구간은 악취가 나는 곳이 있지만 오수관과 우수관 분리 작업을 계속 진행해 하천 수질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내년 말까지 신천 전체를 숲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신천 전체에 1000주가 식재돼 있는데 앞으로 3000주를 더 심을 예정”이라며 “느티나무숲, 편백숲, 은행나무숲, 소나무숲 등 숲마다 테마를 만들어 신천을 숲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홍 시장은 신천이 맑고 깨끗하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확인시키기 위해 7월 어린이 수영대회도 연다. 홍 시장은 “남은 기간 보행로 정비에 이어 분수대를 설치하고, 각 신천 다리에 테라스, 조명 설치가 끝나면 한 해 1000만명의 시민이 찾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홍 시장은 임기내 “기회가 된다면 신천에 ‘문희갑이 시작하고 홍준표가 완성했다’는 조그마한 푯말이라도 하나 세웠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환하게 웃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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