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 에스터 감독 “‘보 이즈 어프레이드’, 그리스 비극·구약 성서 등 영감” (종합)[인터뷰]
[OSEN=유수연 기자]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감독 아리 에스터가 작품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전했다.
28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는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감독 아리 에스터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 '유전' '미드소마' 등 작품을 통해 전 세계가 인정한 현대 호러 마스터로 자리매김한 아리 에스터 감독의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엄마를 만나러 가야 하는 보의 기억과 환상, 현실이 뒤섞인 공포를 경험하게 되는 기이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아리 에스터는 지난 25일 오후(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보 이즈 어프레이드' 언론 시사회와 기자 간담회를 시작으로 29일에는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위해 부천을 방문,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관객과 뜻 깊은 시간을 가지며 바쁜 내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날 그는 “일을 하느냐고 한국을 많이 구경 다니진 못했지만, 지금까지 먹은 한국 음식은 모두 맛이 있었다. 또 한국분들은 유머도 많고, 따뜻하고, 친절하다. 굉장히 환영 받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내한 소감을 전했다.
감독은 전체적인 스토리에 대한 영감에 대해 “여러 소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 주인공 ‘보’는 그리스의 비극, 구약 성서, 프로이트의 전형같은 인물이기도 하고 동시에 멜로 드라마틱한 캐릭터다. 그리스 비극이나 테네시 윌리엄스 같은 곳에서 영감도 받았다. (전체적으로) 궁극의 유대인 어머니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보와 관련된 이야기는 ‘방대한 유대계 농담’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그 속에서 어머니가 신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그 농담의 ‘펀치라인’이 되는 것 같다”라면서 “사실 저도 미국에서 유대인으로 살면서 느낀 것은, 미국 안의 비유대인 핵가족의 전형적인 모습은 제가 아는 가족의 모습과 다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가족은 요새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고, 이런 주제에 있어 ‘가족’이 스토리텔링적인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서는 전작을 이어 ‘가족’이라는 키워드와 관련된 호러는 물론, 아리 에스터 표 ‘블랙 코미디’ 코드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아리 에스터는 “가족에 대한 좋은 면을 이야기하는 건 지루하다고 생각돼서, 다크한걸 이야기하는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한 “이번 작품을 ‘블랙 코미디’로 만든 이유는 내가 코미디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실 다크코미디는 이미지가 ‘다크’한것 같지만 제 생각엔 ‘유전’과 ‘미드소마’도 유머러스한 부분이 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로 다크 코미디이지만, 유전보다는 이 작품이 조금 더 ‘다크’ 코미디인 것 같다. 전체적으로 다소 웃긴 영화인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이번 작품을 위해 10년이 넘는 작업 기간을 가졌다는 그는 “보의 시작은 나로부터였고, 1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보는 ‘나’에게 있다. 보에게는 항상 양가적인 감정이 있다. 고민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인물인데, 이런 부분이 나와 닮아 있다보니 ‘보’와 어울리는 최고의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주연 자리를 차지한 배우는 ‘조커’ 속 열연으로 화제를 모은 호아킨 피닉스였다. 아리 에스터는 “호아킨 피닉스와의 호흡은 너무 좋았다. 워낙 뛰어난 배우다 보니 열연이 놀랍지 않았을 정도”라며 “호아킨 피닉스는 자기 자신을 던져서 연기에 돌입하는 스타일이다. 그렇게까지 이번 작품에 열정적으로 임해주시는 게 감사했고, 배우가 대본이나 역할에 굉장히 깊이 있게 몰두를 해주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더 잘 나온 장면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아리 에스터는 작품 작업 비하인드에 대해 “시나리오를 쓸 때 스스로 검열을 한다고 한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가장 적게 한 것 같다. 조금 더 본능적이고, 자연스럽게 보의 이야기를 따라가기 위한 전략이었다”라며 “(시나리오 작업 중)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특정 이미지가 연상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번 작품 속 주요 이미지는 물이 될 수도 있고,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아마 영화를 보시면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작 '유전'과 '미드소마'를 통해 해외는 물론, 한국에서도 수많은 '호러팬'을 양산한 아리 에스터는 "저의 전 작품들이 한국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들었다. 원체 한국 영화의 팬이다 보니, 한국에서 제 영화도 재밌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게 굉장히 행복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아리 에스터는 한국 영화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그는 앞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리뷰를 통해 작품을 만들 때마다 한국 영화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음은 물론, 서사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할 때에도 한국 영화를 참고하는 것을 밝혀 한국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아리 에스터는 ‘어떤 한국 영화를 처음으로 인상깊게 관람했나’라는 질문에 "첫 영화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나에게 있어 한국 영화의 첫 이미지는 영화 '박하사탕'이었다. 한국 영화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고정된 형태를 이용해 자유롭게 표현을 하는 부분에 있어 매력이 있다. 요즘 미국에서 다루지 않는 멜로 장르도 많이 다루는 것이 특징"이라고 언급했다.
한국 영화감독들과의 친분과 애정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는 "박찬욱 감독님과는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봉준호 감독님과는 토요일에 GV에서 토요일에 뵐 것이고, 이창동 감독님도 뵙길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 만남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을까 봐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감독님 모두 다 최고로 뛰어난 감독님들이라 생각하고, 작품도 너무 잘 봤다"라며 "이창동 감독님은 천재적인 감독님이고, 굉장히 문학적이면서 미스터리를 굉장히 잘 활용하시는 것 같다. ‘버닝’도 미스터리의 연속이고, ‘시', '오아시스’ 등도 굉장히 미묘하게 표현이 되면서도, 깊이 있게 들어가는 영화들이라 다 너무 좋아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향후 작업을 하고픈 한국 배우를 묻자 "송강호 배우다. 아마 뻔한 대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웃으며 "너무 훌륭한 배우"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예정인 영화 ‘지구라 지켜라’ 제작에 참여 하게 된 그는 “원작은 불후의 명작이다. 많은 장르를 하나의 작품 속으로 집약시키기가 어려운 것 같은데, 그걸 잘 해냈다는 점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다”라며 “현지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그 영화가 하나의 ‘클래식’으로서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내달 5일 관객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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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싸이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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