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025년 2나노 반도체 양산”…파운드리 경쟁 ‘자신감’

이재덕 기자 2023. 6. 2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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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실리콘밸리서 ‘파운드리 포럼’
2나노 공정, 업계 초격전지로 부상
경쟁사에 앞서 첫 로드맵 구체화
고객사에 정보 공유, 시장 선점 전략
협력사와 ‘이종집적 패키지’ 계획도
‘설계도’ IP 확보·수율 안정은 숙제

삼성전자가 2025년부터 최소 선폭이 2나노(㎚·1㎚는 10억분의 1m) 수준의 스마트폰 등에 들어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에는 2나노 공정을 데이터센터 등에 쓰이는 고성능컴퓨팅(HPC)용 반도체에 적용하고, 2027년에는 자율주행 등 자동차용 제품으로 확대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나노 공정 로드맵을 발표했다. TSMC(대만), 인텔(미국), 라피더스(일본) 등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이 2나노 반도체 공정 개발에 뛰어든 상황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기술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인 첨단 파운드리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하다.

주요 파운드리업체 첨단공정 로드맵(자료:각 업체)

현재 퀄컴·엔비디아 등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들은 자사의 최신 칩에 TSMC의 4나노 공정을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날 로드맵을 밝힌 건 고객사인 팹리스들이 삼성 파운드리의 공정 단계에 맞춰 2나노 칩 설계에 나서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선폭 2나노 이하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TSMC도 2025년까지 2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진 않았다.

2나노 공정은 인텔과 라피더스까지 뛰어들면서 파운드리 업계의 초격전지가 됐다. 특히 세계 최대 중앙처리장치(CPU) 제조업체인 인텔은 삼성전자와 TSMC보다 1년 앞서 내년부터 2나노 반도체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일본 주요 대기업 8곳이 공동으로 설립한 라피더스는 미국 IBM과 협력해 2027년 양산 목표로 2나노 공정 개발에 나섰다.

선폭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반도체 트랜지스터의 구조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방식으로 바뀐다. 트랜지스터를 반도체 표면에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배치해 전류를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칩 면적도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를 누가 더 안정적으로 적용하느냐에 파운드리 업체들의 성패가 달린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나노 공정에서 세계 최초로 GAA를 도입했다. 시행착오를 먼저 겪은 삼성전자가 유리한 상황이다. 다만 TSMC 역시 GAA 기술력을 상당히 끌어올려 2나노 공정에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GAA를 먼저 성공시켰어도 팹리스들은 많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TSMC에 먼저 찾아간다”며 “수율에 있어선 여전히 TSMC가 더 나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첨단 기술력을 선보이는 것도 좋지만, 안정적 주문생산이 현실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2025년부터 질화갈륨(GaN) 웨이퍼 기반의 전력 제어용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질화갈륨 기반 반도체는 기존의 실리콘(Si) 기반 반도체에 비해 내열성이 우수하고 고전압 동작에 유리해 향후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반도체다. TSMC는 이미 질화갈륨 기반의 전력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후공정업체(OSAT) 등과 함께 ‘최첨단 패키지(MDI) 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반도체 선폭을 줄여 집적도를 높이는 일명 ‘무어의 법칙’이 사실상 한계에 이른 현실에서, 협력사와 함께 ‘이종집적 패키지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쪽에 더 투자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종집적 패키지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반도체를 서로 붙여 하나의 반도체처럼 동작하도록 하는 패키징(포장)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방식으로 2030년 TSMC를 제치고 파운드리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반도체 설계자산(IP) 등 ‘파운드리 생태계’가 약하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IP를 다양하게 보유한 파운드리 업체일수록 팹리스 고객 확보가 용이하다. 이날 삼성전자는 글로벌 IP 업체로부터 4500개 이상의 IP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경쟁사인 TSMC가 확보한 IP(4만~5만개)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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