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자연재해에 신음…미얀마를 홀로 둬선 안 된다”
정치적 개입이 아니더라도
식량 등 다양한 지원 가능
한국은 미얀마에 ‘롤모델’
국제 위상에 맞는 역할 기대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 이후 3년째 정치 불안정과 빈곤, 자연재해, 기후변화 등으로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 물가상승률은 20%에 육박하고, 실업자도 약 600만명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 5500만명 중 절반이 빈곤선에 놓였고, 3분의 1 이상은 기본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는 실정이다. 15년간 쌓아올린 경제적 성과가 물거품이 됐다는 암울한 평가마저 나온다.
위기를 겪는 미얀마에 대해 국제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까.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카니 위그나라자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보 겸 아시아·태평양 사무국장(사진)을 지난 22일 서울 성북구 UNDP 서울정책센터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위그나라자 총재보는 국제사회가 미얀마를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꼭 정치적 개입이 아니더라도 미얀마에 지원과 희망을 제공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개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미얀마인들을 “홀로 둬선 안 된다”는 그의 말엔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미얀마에 보낼 수 있는 연대의 가능성이 담겨 있다. 다음은 위그나라자 총재보와 일문일답한 내용이다.
- 현재 미얀마 상황은 어떤가.
“미얀마는 지난 15년 동안 이룬 경제적 성과를 쿠데타 이후 2년 만에 모두 반납했다. 지난해 말 빈곤선 이하 인구가 50%(약 2500만명)였는데, 이 비율은 7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원상태로 복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미얀마인들을 홀로 놔둘 순 없다. UNDP는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진다 하더라도 미얀마인의 역량과 미래에 투자를 계속할 것이다. 미얀마인들은 이런 일(고통)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
- 사태가 길어지면서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회의론마저 나온다.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개입의 종류는 다양하다. 이토록 엄청난 인구가 고통받고 있다면 이들의 생존을 보장해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식량 확보를 위해 농민들이 작물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것, 아이들이 걸리지 않아도 될 질병으로 죽지 않게 하는 것. 다양한 형태의 개입을 통해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특히 미얀마 청년들에게 ‘지금은 힘들지라도 훗날 희망이 있다’는 감각을 계속 심어줘야 한다.”
- UNDP는 미얀마에서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나.
“군부 정권이 아닌 지역사회와 직접 협력·소통하고 있다. 현재 100만여명을 지원하고 있는데 앞으로 2년 동안 600만~700만명으로 지원 대상을 늘릴 계획이다. 현지 주민들은 종자와 비료, 숙련 기술, 보건 서비스 등의 제공을 요청하고 있다. UNDP는 태양광이나 물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얀마에는 주로 여성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가 많아 이들을 위한 소액대출도 지원한다.”
- 활동에 어떤 어려움이 있나
“안전 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이다. 활동가들은 아주 용감하다. 얼마나 어렵고 위험하든 간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지원을 나간다. 미얀마 전역을 지원하고 싶은데 교전이 아주 심각한 지역엔 가지 못한다. 미얀마 군부가 유엔에는 이동 승인을 해주고 있지만, (로힝야족이 많이 살고 있는) 라카인주에 대해선 최근 사이클론 ‘모카’로 큰 피해를 봤음에도 구호품 공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유엔의 전면적인 접근을 허용해주길 바란다. 이 밖에 UNDP에 재정적 지원을 끊은 나라나 기관들도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정부와 비정부기구(NGO)에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이번에 한국을 찾아왔다.”
- 한국이 미얀마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증액하는 등 국제개발 측면에서 갈수록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어려운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해낸 역사적 경험이 있어, 다른 나라에 이러한 경험을 공유해줄 수 있다. 특히 미얀마는 항상 한국을 보면서 많은 힘을 얻어왔기 때문에 한국이 미얀마 상황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정부가 미얀마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주길, 그리고 한국 국민들이 미얀마를 계속 기억해주길 바란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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