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학부 없는 ‘자율전공 대학’ 허용된다
학과·학부 의무 설치 폐지에
의예과 ‘2+4 체제’도 자율로
신입생 때부터 전과 허용도
인문 등 기초학문 위축 우려
학과·학부의 틀이 사라져 신입생 전부를 ‘자율전공’으로 뽑는 대학이 등장한다. 학생들은 무(無)학과 상태로 대학에 입학해 전공 상관없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의대의 ‘예과 2년+본과 4년’ 체제도 허물어 6년을 본과 수업으로 채우는 학교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29일부터 오는 8월8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28일 밝혔다. 그간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던 대학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대학 운영을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학과 간 융합이 자유로워지면 현재도 위기인 인문학 등 기초학문이 더 위태로워질 수 있다.
먼저 ‘대학에는 학과 또는 학부를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이 폐지된다. 이에 따라 대학은 학과 구분 없이 학생을 통합 선발하거나, 기존 학과 여러 개를 통합해 새로운 형태로 대학을 구성할 수 있다. 현재도 ‘필요한 경우 학칙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일부 대학이 통합 선발을 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대 자율전공학부는 신입생 130여명을 선발하고, 2학년 진급 시 학부 소속을 유지한 채 희망 전공을 선택하도록 한다. 교육부는 해당 원칙이 사라지면 이런 운영 방식을 채택하는 대학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아예 소속된 학과·학부 없이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듣게 하는 학교도 등장할 수 있다.
또 전공을 옮기는 전과는 2학년 이상만 가능하다고 시행령에 규정돼 있었으나 앞으로는 신입생의 전과도 허용한다.
의과대학은 기존의 ‘예과 2년+본과 4년’ 형식을 바꿀 수 있게 된다. 예과에서는 의료윤리 등 교양 중심 수업을, 본과에서는 전공 관련 의학 수업과 병원 실습을 하는데 그간 본과 4년에 주요 내용이 몰려 있어 학습 기간이 부족하고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예과와 본과가 철저히 분리돼 있어 연계 교육과정 등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거론됐다. 앞으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예과 3년+본과 3년’ 등의 형태로 개편하거나 아예 6년 동안 본과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 밖에 대학이 교육부의 사전승인 없이도 온라인 학위과정을 개설할 수 있고, 교원의 ‘주 9시간 교수’ 제한도 풀려 교원들이 다양한 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학과 간 융합이 자유로워지면 순수 인문학 등 기초학문을 다루는 학과들은 존재감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미 대학들이 취업률, 충원율 때문에 기초학문 관련 학과를 없애왔는데, (이번 개정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별도 정부 사업을 통해 문제를 보완해 가겠다고 했다.
학과 개편이 지나치게 자율화되면 학교 운영이 불안정해져 교원과 학생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실장은 “과거에는 신입생 모집이 안 되면 기존 학과의 이름을 바꾸거나 일부 커리큘럼을 변경하는 등 소극적인 방식으로 대응했는데,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대폭 바꾸면서 대학이 실험의 장이 돼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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