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조의 경계를…’, “전시 가치 이어가자” 기업체도 손 내밀어
세계적인 유명 작가의 이름도, 대작도 없다. 감성을 자극하는 수묵화도 아니다. 캔버스를 가득 메운 강렬한 색감의 디지털 작품 30점은 사람들의 마음에 여운을 남기고, 기대감을 심으며 3차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종로구 더아트나인갤러리에서 지난 26일 개막한 ‘경기도 인공지능(AI) 창작단’의 예술활동 교육 결과물 전시 ‘AI, 창조의 경계를 넘어–모두를 위한 예술혁명’ 전시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라는 지방정부가 예술과 장애, 기술의 의미를 접목해 진행한 시범사업이 민간으로 영향력이 퍼져나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기도는 ‘경기지피티(GPT) 추진계획(로드맵)’ 중 하나로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가 있는 도내 발달장애인 청년 15명을 모집했다. 사업에 참여한 하늘소리사회적협동조합의 발달장애 청년들은 4월부터 AI를 활용해 4시간씩 총 4회 수업을 받았다. 주로 음악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이들은 올해 3D펜을 활용해 시각예술에 접근 하려던 참이었다.
자기들의 생각을 그림으로 묘사하는 데 한계가 있던 이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명령어를 넣으면서 창작의지를 마음껏 펼쳤다. 예술가들은 그 작품에서 새로운 영감을 발굴하고, 이를 자신만의 예술적 언어로 해석해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고석찬 하늘소리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그동안 발달장애인들이 시각 예술에 접근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휠체어 타는 사람이 계단만 있는 것 보다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게 접근성이 쉬운 것처럼, 장애인이 AI를 활용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면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발달장애인들이 실무자로 중심 역할을 한다면 저작권을 가질 수도 있고 직업이 될 수도 있을 거란 기대감도 있다. 앞서 진행한 시범사업이 작가들이 중심이 돼 진행됐다면, 오는 11월께는 장애인이 중심이 돼 완성하는 작품을 만들고 이를 전시할 계획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결과물 전시는 지난 5월30일부터 6월12일까지 경기도청사 1층에서 1차 전시를 연 후 종료될 예정이었다. 작품을 보관하고 추후 활용 방안을 고민할 예정이었으나, 입소문이 나면서 수원대 미래혁신관에서 14일부터 23일까지 2차 전시를 진행했다. 정보기술(IT) 기업체인 한컴스토어도 이를 눈여겨봤다. 문화예술과 IT의 만남, 장애 극복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가지며 좋은 작업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컴스토어와 협력관계이던 더아트나인에 해당 전시를 의뢰했고, 아트나인갤러리에서 사업의 취지를 이해해 전시가 마련됐다.
한컴스토어 관계자는 “우리가 보유한 플랫폼과 기술을 해당 콜라보 작품과 접목한다면 다양한 기회가 창출되고,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가 발생할 거라 기대하고 있다”면서 “전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윈윈하는 형태로 지속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사업을 주관하는 경기문화재단과 장애인 전문교육단체인 ㈜키뮤스튜디오,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이 합심했다. 전문인력과 김지효, 김혜상, 백성은, 유미선, 이혜민, 임승현 등의 예술가, 미술대학 학생들이 매개자로 참여해 발달장애인과 협업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경기문화재단 정책사업팀 관계자는 “장애인과 예술가, 기술의 협업뿐만 아니라, 교육기관과 민간기업이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형태로 작업이 이어질 수 있게 도움을 줬다는 점에서 감사하고 뜻깊은 사업”이라며 “발달장애인들이 AI를 통해 예술활동을 활발히 하고 예술가로 자리 잡고 나아가 실질적인 판매를 이뤄 가는 방향 등을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7월2일까지.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동훈 “선심성 예산·쪽지 예산 관행 걱정하는 목소리 많아”
- [속보] 불백 50인분 주문하고 ‘노쇼’...인천서 군 간부 사칭 피해 잇따라
- ‘이재명 유죄’ 인천정가 뒤숭숭… 지방선거 셈법 분주
- “대남방송 폭격에 몸과 마음 만신창이” 강화 주민들 인천시 행감 출석
- 선광·삼성바이오 등 인천기업, 시민구단 '외면' [인천UTD, 2부 리그 강등③]
- 첫 관문부터 ‘의원직 상실형’ 받은 이재명…남은 선고, 재판 향방 주목
- ‘징역형’ 흔들리는 이재명... ‘대망론’ 굳어지는 김동연
- 보폭 넓히는 김동연… 비명계 플랜B ‘쏠린 눈’ [뉴스초점]
- ‘디지털교과서’ 도입 코앞인데… 인천 학교 ‘인터넷망’ 덜 깔렸다
- 화성 IBK기업은행, 4연승…선두권 추격 ‘고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