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화장실에서, 길에서…영아살해로 이어지는 ‘병원 밖 출산’

이유민 2023. 6. 2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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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1분기 태어난 아기들, 합계출산율 따져보니 역대 가장 낮았는데 4월 한 달 태어난 아기도 처음으로 2만 명을 밑돌았습니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적습니다.

그럼 이미 태어난 생명들은 제대로 지켜내고 있을까요?

해마다 병원에서 태어나는 아기는 24만 명 정도, 4백여 명은 병원 밖에서 세상에 나옵니다.

KBS가 분석해 보니 살해된 아기 10명 가운데 7명은 이렇게 병원 밖에서 태어난 아기들이었습니다.

출산 단계에서 아이들을 보호할 방법은 없는지 이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주, 울산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발견된 아기.

사건 발생 닷새 만에 자수한 10대 친모는 병원 밖에서 아기를 낳은 걸로 파악됐습니다.

KBS가 최근 2년간 영아살해 사건 19건을 분석했더니, 피해 영아 68%는 이렇게 '병원 밖'에서 태어난 아이들이었습니다.

태어난 장소는 주거지가 11건, 공중 화장실과 길가가 1건씩이고, 사망 장소는 대부분 태어난 장소와 같았습니다.

화장실에서 산모가 탯줄 처리 방법 등을 검색하는 사이, 30분 동안 변기 안에 있던 아이가 그대로 숨진 일도 있었습니다.

[신정호/'영아살해' 친모 변호인 : "미혼모 기관을 들어갈지 고민을 하셨던 것 같기는 해요. 결국에는 정보가 많이 부족했었던 것 같긴 합니다."]

판결문을 보면,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과 두려움 때문에 임신을 하고서도 병원에 가지 못했는데, 이게 '병원 밖 출산'으로 이어졌습니다.

임신 단계에서부터 진료와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익중/아동권리보장원 원장 : "임신부터 출산, 출산 이후의 양육까지가 하나의 패키지로 지원될 수 있도록 저희가 정책들을 더 촘촘하게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되지 않을까…"]

병원 밖 출산은 출생 절차를 밟기도 까다로워 고민하는 친모들에겐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유미숙/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국장 :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고, 3일 후에 전화가 온 거예요. '입양을 보내려고 하는데 출생신고가 자택 출산은 안 된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임산부를 이송하고 분만 처치 교육도 받는 119구급대가 긴급한 경우 '출생 증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 서원철/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김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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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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