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체제 밖 작가…창의력 유지 위해 규칙적 글쓰기”
인류 멸종 막는 모험 다뤄…첫 에세이 ‘오늘은 뭘 쓰세요?’ 소개도
30년간 소설 30종 발표…내년엔 ‘개미’ 주제로 비디오게임도 출시
“30년 동안 소설 30종을 썼고 전 세계 35개 언어로 번역되면서 독자 3500만명이 생겼습니다. 작가로서 꿈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장편소설 <꿀벌의 예언>(표지)과 첫 에세이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2)가 28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베르베르의 대표작 <개미>는 올해로 한국 출간 30주년을 맞았다. <나무> <타나토노트> <뇌> 등 전 세계에서 350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는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는 작가다.
“이번이 9번째 방한인데 친근하고 가족적인 분위기 때문에 한국에 오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특히 제 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미래 지향적인 경향의 한국 독자들 덕분인 만큼 30주년을 한국에서 맞을 수 있어 기쁩니다.”
그가 이번에 선보인 <꿀벌의 예언>은 꿀벌이 사라지고 인류 멸종의 위기가 닥친 30년 후 지구를 전제로 한다. 이를 목격한 주인공 르네가 미래를 바꾸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이 책 속에 펼쳐지는 것이다.
집단으로 살아가는 꿀벌을 소재로 한 점은 <개미>와 비슷하지만 인류를 구할 방법이 적힌 고대의 예언서를 찾아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르네의 여정에는 역사와 시간, 현재를 사는 우리의 책임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담겨 있다.
“우리가 먹는 과일과 채소의 70%가 꿀벌 활동을 통해 열매를 맺는 식물이에요. 고맙다고 인사해도 모자랄 판에 살충제 등 환경오염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지요. 꿀벌이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라는 걸 상기시키기 위해 책을 썼습니다.”
그는 지난 30년간 타종과 인간의 내면과 우주, 초자연적 존재를 넘나드는 다층적인 주제의 작품들을 매년 선보였다.
“제 직업이 추구하는 바는 앞으로 미래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예견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천사들의 제국>에는 항공기가 어떻게 도시를 공격하는지가 나오는데, 2001년 미국 9·11테러가 발생하기 4년 전 쓴 책이죠. 미래에 관해 쓰기 위해 현재의 뉴스에 글쓰기가 영향받지 않게 신경 씁니다.”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는 그의 첫 에세이다. 120여차례 개작과 수없는 퇴짜 끝에 <개미>로 데뷔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오늘날에도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쓴다고 했다. 에세이에는 이 같은 성실한 천재의 일상이 담겨있다.
“저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 모든 걸 메모해요. 일어나면 바로 꿈을 기록하죠.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도 모든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쓴 책이에요. 또 창의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글쓰기가 수행되어야 해요.”
베르베르는 자신을 ‘체제 밖의 작가’라고 하며 “작가로서 유일한 관심사는 젊은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 쓰기 외에도 다양한 문화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년 전부터 2주에 한 번씩 ‘내면여행’이라는 제목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직접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함께 노래하는 등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내년에는 <개미>를 주제로 한 비디오게임이 출시될 예정이다. 내년 국내 출간 작품도 이미 정해졌다.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퀸의 대각선>이다.
베르베르는 이번 방한 기간 중 한국 독자들과 만나는 시간도 마련한다. 서울·경기·부산 등지에서 강연회를 하고 독자들과 함께 강원도 원주와 제주 등으로 처음 여행을 떠난다. 그는 “제주도는 처음 가는데 예쁘다는 말에 기대가 된다”며 “이번 여행에서 편견 없이 최대한 많은 독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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