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명 출마한 토론토 시장선거, 홍콩 출신 여성 당선…첫 아시아 출신
캐나다 토론토시에서 시장 후보 102명이 출마한 끝에 홍콩 출신 이민자가 아시아계 처음으로 시장에 당선됐다. 득표 2위는 포르투갈, 3위는 영국에서 태어난 이민자였다. 시장 후보들마다 급증한 이민 때문에 불거진 집값 상승 등 각종 문제의 해결을 공약했지만, 부족한 시 예산 등으로 인해 앞날이 순탄치는 않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토론토는 인구가 280만명에 달하는, 북미에서 넷째로 큰(인구 기준) 도시다.
지난 26일(현지 시각) 열린 토론토 시장 선거에서는 신민당(NDP)의 올리비아 차우(Chow·66)가 37.2%로 당선됐다. 차우 당선인은 홍콩에서 태어나 13세에 캐나다로 이민 왔다. 홍콩에서 교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이민 후 중국 음식 배달과 택시 운전수 등으로, 교육감을 지낸 어머니는 재봉사·가정부·청소부로 일했다. 학창 시절 차우는 낙제를 하기도 했지만 부모의 헌신으로 점차 높은 성적을 올려 토론토대를 졸업하고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2위는 32.5%를 득표한 아나 바일랑(Bailão·47) 후보다. 포르투갈에서 태어나 15세에 이민 왔고, 토론토 부시장 등을 지냈다. 토론토 경찰청장을 지낸 자메이카계 영국 이민자 마크 손더스(Saunders·61)는 8.6%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토론토 시장직에는 여섯 살 허스키 개 ‘몰리’의 대리인이라는 사람까지 출마했다. 견주인 토비 힙스씨가 “견공들을 위해 겨울철 소금 성분 제설제 사용을 금지하겠다”면서 반려견과 함께 출마하는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후보마다 “대규모 이민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차우 당선인은 “시장에 당선될 경우 즉시 1000가정이 입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공급할 것”이라고 했고, 2위 바일랑은 “안전한 대중교통을 만들기 위해 토론토시가 삭감한 예산을 원상 복구하겠다”고 했다.
캐나다는 작년 한 해 동안 인구가 105만명 증가했다. 캐나다 인구가 한 해 100만명 넘게 늘어난 건 처음이다. 인구 증가율이 2.7%에 달했고, 이 중 96%는 신규 이주자였다. 캐나다 이민자 비율은 2011년 20%에서 2036년에는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토론토와 밴쿠버 등 대도시에서는 이미 이민자 비율이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는 이민을 통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메꾸겠다는 국가적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다문화주의 등 포용적 기조도 작용했다.
하지만 급격한 이민으로 임대료 상승, 교통난, 노숙자 증가 등 골칫거리가 뒤따랐다. 부동산 분석 업체 어반네이션의 보고서에 따르면, 토론토의 평균 임대료는 한 달에 3000캐나다달러(약 296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NYT는 “현재 8만5000가구가 주택 보조금을 받기 위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라고 했다. 난민도 덩달아 늘었다. 지난달 토론토 노숙자 보호소에 들어온 난민은 2800명으로, 2년 전 530명의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캐나다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난민을 임시 수용하는 특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또 예산 증가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오랜 기간 방치된 공공시설에 대한 보수 비용은 갈수록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NYT는 공공시설 보수 사업에 10억캐나다달러(약 99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는 이민 확대 기조를 당분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캐나다 정부는 올해 46만5000명, 2024년 48만5000명, 2025년 50만명 등으로 영주권 발급을 확대해 향후 3년간 신규 이민자를 150만명까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차우 당선인은 “토론토는 희망의 장소이며, 기회의 장소”라며 기존 시민과 신규 이민자들을 위한 정책을 동시에 펼치겠다고 밝혔다.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임대주택 정책 외에, 시민들이 언제나 샤워와 식사 등을 할 수 있는 24시간 휴식 공간을 만들겠다고도 공약했다. 이런 공간에서 도시 노숙자들과 난민들이 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