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수호’ 연평해전 용사… 조국 위해 방산업체서 ‘인생 2막’
당시 357호정 M60 기관총 사수
“포기하면 나라 어떻게 될까 걱정
관통상 입으면서 몸 날아가” 회상
큰 부상 입고 전역… 사회는 ‘싸늘’
군 경험 살리려 LIG넥스원 ‘노크’
신궁 등 국산 무기 개발 힘 보태
2002년 6월 29일. 한·일월드컵에 참가한 축구 국가대표팀의 활약에 온 국민이 환호했던 이때를 곽진성(44)씨는 다르게 기억한다. 그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의 기습에 맞서 해군 참수리 357호정 승조원들이 용감하게 싸웠던 제2연평해전이 일어났다. 승조원들은 NLL을 지켜냈지만, 정장 윤영하 소령 등 6명이 전사하고 다수가 부상했다. 당시 357호정 전기장이자 M60 기관총 사수였던 곽씨도 크게 다쳤다.
현재 방위산업체 LIG넥스원에서 국산 무기 개발 등에 힘을 보태고 있는 곽씨를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만났다. 곽씨는 대구 영진전문대 전기공학과 재학 중 1998년 해군 기술부사관(전기)으로 입대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개입으로 이어진 외환위기로 어려워진 집안 사정에 보탬이 되고자 부사관의 길을 택했다”며 “복무하면서 군인으로서 사명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국군수도병원에서 8개월에 걸쳐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으며 함께 싸우다 전사한 전우가 가장 많이 생각났다는 곽씨는 2003년 3월 전역했다. 하지만 그가 마주친 사회는 냉정했다. 한 대기업 면접에선 “다쳤는데 일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 등 마음의 상처가 적지 않았다.
그때 곽씨가 주목한 곳이 방위산업체였다. 그는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 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해 2004년 10월 LIG넥스원에 입사했다”며 “당시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 전이라 어떤 혜택도 없이 서류·면접전형을 통과해야 했는데, 입사 후에 물어보니 면접에서 국가와 회사에 일조하겠다는 절실함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제2연평해전 승전 21주년 해상기동훈련 제2연평해전 승전 21주년을 맞아 27일 서해에서 실시된 해상기동훈련 도중 유도탄고속함 윤영하함(오른쪽)의 함포가 불을 내뿜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2002년 6월 29일 벌어진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 이름을 딴 윤영하함, 황도현함(왼쪽)을 비롯해 해군 함정 10여척이 참여했다. 해군 제공 |
곽씨는 해군 후배들한테 방위산업체 취업을 권했다. 그는 “LIG넥스원은 지난해 10월 제대 군인 고용 우수기업에 선정되는 등 중·장기복무 제대 군인 채용과 역량 강화에 적극적”이라면서 “군에서 경험을 쌓고 국가와 회사에 대한 열정을 키워 방산기업에 적용하면 큰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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