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시밀러·클러스터’, ‘퀀텀 점프’, ‘팝업부스’…불친절한 복지부 보도자료 [우리말 화수분]

이강은 2023. 6. 2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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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는 한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입니다.

 '바이오시밀러', '바이오 클러스터', '원스톱', '퀀텀 점프', '오픈 이노베이션', '인플루언서', '홍보 팝업부스' 등 우리 말로 무슨 뜻인지 설명도 안 달고 쓴 외국어와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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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뉴스 수용자인 불특정 다수의 국민 배려하지 않은 영어 남발
국어는 한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밀려드는 외국어와 국적불명의 신조어, 줄임말 등에 국어가 치이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 누구나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할 정부와 지자체, 언론 등 공공(성)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의 그늘도 짙습니다. 세계일보는 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공공분야와 일상생활에서 쉬운 우리말을 되살리고 언어사용 문화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우리말 화수분’ 연재를 시작합니다. 보물 같은 우리말이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생명력을 지니도록 찾아 쓰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편집자주>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 활성화를 통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의 성장 기반 구축’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24일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할 이런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복지부는 “코로나19 사태 전후 의약품과 의료기기, 화장품 산업 수출 현황의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올해 바이오헬스 산업 분야 수출 활성화 전략을 구체화하였다”며 9쪽짜리 보도자료에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 보도자료는 ‘일반 국민 누구나 쉽게 명확한 뜻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하기 위해’ 사용해야 할 공공언어의 기본과 거리가 먼 편이다.  
사진=뉴스1
제목을 시작으로 ‘바이오 헬스’란 단어가 20차례 가까이, ‘글로벌’은 10여차례 들어가 있다. ‘바이오시밀러’, ‘바이오 클러스터’, ‘원스톱’, ‘퀀텀 점프’, ’오픈 이노베이션’, ‘인플루언서’, ‘홍보 팝업부스’ 등 우리 말로 무슨 뜻인지 설명도 안 달고 쓴 외국어와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국산 신약의 글로벌 허가(美 FDA 등) 및 본격적인 시장 발매를 지원하여 글로벌 혁신 신약 수출을 확대한다’, ‘코로나19 세계적 유행(팬데믹) 기간 동안 체외진단기기 수출 급증으로 퀀텀 점프를 기록한 의료기기 산업은∼’ 식이다. 

복지부는 담당 기자들은 이들 용어의 뜻을 명확히 알고 있고 이 뉴스를 보는 독자나 시청자는 해당 업계 관계자들일 거라고 여긴 건 아닐까. 하지만 기자들이 해당 용어의 뜻을 잘 안다고 해도 언론은 불특정 다수의 독자·시청자를 상대로 보도하는 만큼 보도자료 그대로 전할 수 없다.    

그래서 사실 복지부뿐 아니라 공공·민간기관 할 것 없이 자주쓰는 말인 ‘바이오 헬스(bio health)’는 ‘생명 건강, 생명 건강 산업’, ‘글로벌(global)’은 ‘세계, 세계적, 국제, 국제적, 지구촌’이란 말 중 하나로 대체하는 게 나을 듯하다.  ‘퀀텀 점프(quantum jump)’도 ‘비약적 성장’으로 표현하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마찬가지로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는 ‘동등 생물 의약품, 생명 의약품 복제약’, ‘바이오클러스터(bio cluster)’는 ‘생명 공학 협력 단지’, 

‘원스톱(one stop)’은 ‘일괄, 통합’,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은 ‘개방형 혁신, 개방형 혁신 전략’,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영향력자’, ‘홍보 팝업부스(pop up booth)’는 ‘일시적 홍보관(칸, 공간)’처럼 쓰면 더 친절한 보도자료가 될 수 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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