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중단…‘기준’ 모호하고 환자 의사 반영 ‘역부족’

임태균 2023. 6. 2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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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된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 3년에 접어든다. 그러나 아직 현장에서는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결정기준이 모호하고 환자 의사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임재준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와 유신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 공동연구팀은 최근 3년 동안 서울대병원에서 임상윤리 지원서비스를 의뢰한 환자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윤리적 문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JKMS’ 최근호에 게재됐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각 의료기관에 설치된 윤리위원회는 연명의료의 유보·중단의 결정과 이행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연명의료결정 과정에서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심의·자문·교육·상담 기능을 통해 의료인과 환자가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을 하도록 돕고 있다.

연구팀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2018년 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3년간 서울대병원 윤리위원회에 임상윤리 지원서비스를 의뢰한 총 60건의 특성과 이에 따라 파생된 윤리적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비교‧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의뢰환자는 70대가 22.8%로 가장 많았고 1세 이하 영아는 17.5%로 나타났다. 60세 이상이 56.1%로 고령 환자의 의뢰가 많았으며, 사회경제적 수준에서는 저소득층이 47.4%, 의료급여 환자가 21.1%를 차지했다.

또 의뢰 당시 임상 특성을 분석한 결과 암질환과 뇌혈관질환이 각각 2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호흡기질환(11.7%), 신경퇴행성질환(8.3%), 심장질환(8.3%)이 그 뒤를 이었다. 전체 사례의 80%는 중환자실에서 의뢰됐다.

다만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서만 연명의료를 유보 혹은 중단하는 결정이 가능한데, 의뢰환자의 66.7%가 임종과정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로 나타났다.

연구팀 측은 “이는 다수의 사례에서 임종과정 판단기준이 모호하고, 의학적 불확실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 가운데 의사결정과 관련해 의뢰환자 90% 이상이 의사결정 능력이 결여된 상태였고, 그중에서도 26.7%의 환자들만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혹은 연명의료계획서 등 문서나 구두로 연명의료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뢰환자 가운데 40%만이 본인의 선호도나 중요시하는 가치를 표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연명의료 결정에 있어 당사자의 선호와 가치가 핵심적인 요소로 반영돼야 하지만, 해당 부분이 결여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추가적으로 총 60 사례 중 가장 빈번히 나타난 윤리적 이슈의 빈도를 분석한 결과, 무엇을 위한 것인가(돌봄‧처치)가 78.3%로 가장 높았고, 의사결정(75%), 환자가 처한 관계(41.7%), 생애 지속여부(31.7%)가 그 뒤를 이었다.

임재준 공공부원장(전 서울대병원 윤리위원장)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임상윤리 지원 서비스의 체계화와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행법 체계에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심의 결과가 ‘권고’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대리의사결정자가 없는 무연고자 등에서 환자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윤리위원회에서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위원들이 모여 고민한 결과를 반영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신혜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었으나 아직도 임상 현장에는 임상적 불확실성이 높고 환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추정하기 어려우며, 다수의 사례에서 대리의사결정을 적절하게 도울 가족 등 대리인이 부재하는 윤리적 의사결정의 회색지대가 존재한다”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환자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는 결정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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