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백화점이 5·18 정신인가" 광주MBC서 터져나온 목소리

김예리 기자 2023. 6. 2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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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무늬만 프리랜서' 아나운서 고립 배치 비판
불법파견 소송 나선 CG·영상·광고편집·전산보조 직고용 촉구
비정규직 기자회견에 반박 자료 배포 나선 광주MBC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5·18 광주 정신을 다룬 TV, 라디오 프로와 뉴스 기사들은 광주MBC에 수많은 상을 안겨줬습니다. 한데 CG, 광고편집, 아나운서 등 그 작품에 함께한 동료들이 40~50살이 되도록 고용 불안 속에서 200만 원 안팎의 월급을 받는 데에는 도대체 왜 침묵합니까? 혹시 '나는 정규직 공채 취업을 통과해서 너와 난 평생 삶의 등급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까?”(광주MBC 김동우 아나운서)

28일 오전 10시30분께 광주 남구 월산동 광주MBC 사옥 앞에서 방송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퍼졌다. 7~16년 근속한 노동자들이 '위장 도급·프리랜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뒤 이어진 광주MBC 측 대응을 규탄하면서다.

광주MBC의 김동우(가명) 아나운서와 간접고용 방송제작 노동자 8명은 이날 “광주MBC는 무늬만 프리랜서 길들이기, 노동자 갈라치기를 당장 중단하고 불법고용 관행을 바로잡으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와 광주비정규직지원센터, 광주청년유니온, 직장갑질119,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노동·시민·언론단체들이 광주MBC 앞에서 주최한 '일상조차 빼앗는 광주MBC 규탄 기자회견'에서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와 광주비정규직지원센터, 광주청년유니온, 직장갑질119,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노동·시민·언론단체들은 28일 광주MBC 앞에서 '일상조차 빼앗는 광주MBC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최근 광주MBC엔 비정규직과 무늬만 프리랜서들의 노동자성 판단과 법적 다툼이 불거지고 있다. 김동우 아나운서는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해 지난해 말까지 각각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판단을 받았다. CG와 광고편집, 영상편집, 무대세트장치 설치, 전산보조와 자료실 업무 등을 맡는 8명은 지난 4월 광주MBC를 상대로 직접고용과 불법파견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광주MBC가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와 압박에 나섰다고 고발했다. '위장도급·위장프리랜서' 관행에 대해 문제 제기한 이들에게 '좌석 고립'과 '대화 중단'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MBC가 '무늬만 프리랜서' 판정을 받은 김동우 아나운서에게 지난 9일 배치한 '프리랜서 업무공간' 좌석. 광주MBC는 2021년 6월 고정 좌석이 있던 방송작가들을 분리하면서 '프리랜서 업무공간'에 배치했다.

광주MBC는 지난 9일 김동우 아나운서에게 기존 4층 콘텐츠본부에서 2층 '프리랜서 방송작가 업무 공간'으로 자리를 옮기도록 지시했다. 사측은 “프리랜서들을 모두 2층으로 내려보내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으나 '프리랜서' 앵커와 기상캐스터, 아나운서 가운데 김 아나운서만 이 같은 배치를 받았다. 광주MBC는 2021년 6월께 방송작가들의 고정 좌석을 없애고 분리 배치한 바 있다.

김동우 아나운서는 “법적 다툼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고 한다면, 찾아가 그 이유를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2021년 12월 노동청에 근로자지위확인 관련 진정을 낸 지 벌써 1년 7개월이 흘렀다”며 “광주MBC는 뻔한 판결이 예상됨에도 끝까지 가보자며 수백, 수천만 원의 회삿돈을 소송 비용으로 쓰며 분쟁 기간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광주MBC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8명은 소송에 나선 뒤 광주MBC 사측으로부터 유무형의 압박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대독 입장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한 뒤 간부급 직원이나 정규직 동료들로부터 '저들과 대화하면 위법이라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편 주변 동료들은 '개인적인 생각'이라면서도 '하청와 계약해지로 해고되면 뭐할 거냐, 밖에서 시위할 거냐'고 하며 생계의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와 광주비정규직지원센터, 광주청년유니온, 직장갑질119,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노동·시민·언론단체들은 28일 광주MBC 앞에서 '일상조차 빼앗는 광주MBC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들은 “식구랄 땐 언제고, 매일 밥을 함께 먹고 회식과 행사고 함께 해왔으나 소를 제기했단 이유로 (구성원과) 다른 신분이 됐다”며 “광주MBC 노동조합은 현장에서 함께 일해온 비정규직을 좌시하지만 말고 목소리를 내 달라”고 했다.

이들은 하청업체 동광개발과 1년 단위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10~18년 간 광주MBC에서 사측 지시에 따라왔다고 말한다. 광주MBC는 2021년부터 '직고용 의사가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밝혀왔으나 이후 2년 간 처우 개선과 직고용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송이 시작됐다.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방송사엔 모든 형태의 비정규직들, 그것도 굉장히 많은 숫자의 비정규직들이 근무하며 중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정작 유령 취급 받는다”며 “5월 정신을 이야기하는 광주는 다를 줄 알았지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여기 노동자들은 어떤 사업장 정규직들보다 더 장기간 근무했고, 정규직과 아무런 다름 없이 근무했다”며 “노동청과 노동위원회 모두 (프리랜서 계약이) 불법이 맞다고 말해도 꼼수만 남발하고 있다”고 했다.

▲이용우 민변 노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징그럽다. 2년 전 이 자리에서 광주MBC가 해고한 (황동현의 시선집중 스태프) 프리랜서 5명의 복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광주MBC가) 여전히 프리랜서를 쉽게 쓰는 존재로 인지하고 있는 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김낙곤 광주MBC 사장은 노동시민사회의 면담 요청에 응하라”며 “노동자를 무늬만 프리랜서로 위장하고 파견법을 위반해 불법고용해온 관행을 빠르게 시정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경영진을 통해 김낙곤 사장에게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으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광주MBC 측은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 방송카메라를 배치해 기자회견 내용을 촬영하기도 했다.

▲광주MBC 측은 28일 광주MBC 앞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기자회견 현장에 방송카메라를 설치해기자회견 내용을 촬영하기도 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용우 민변 노동위원장이 이승철 광주MBC 콘텐츠본부장에게 김낙곤 광주MBC 사장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명예훼손”이라며 반박자료 배포 나선 광주MBC

광주MBC 측은 기자회견 직후 언론에 반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광주MBC는 자료에서 “김동우씨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하며 일방 주장을 하고 있다”며 “근로계약서 미작성을 이유로 제기한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이며 어떠한 결정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광주노동청과 전남지노위가 지난해 김 아나운서를 각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판단한 것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이승철 광주MBC 콘텐츠본부장은 통화에서 “(김 아나운서) 노동자성 인정(판단이 나온 데)에 대해서는 회사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애매한 부분을 따져봐야 한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사건이 계류 중이다.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받은 뒤 합당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했다. 노동자성 인정을 수용하지 않는 근거로는 “법적 부분을 더 들어가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광주MBC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소송 제기에 대해선 “어떤 판정도 나지 않은 사건을 위장도급이라고 하는 것은 일방 주장”이라며 “광주MBC는 소송과 별개로 도급직 직원 직접고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송 당사자를 따돌리고 계약해지를 협박했다는 주장도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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