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고위 장성, 바그너 반란 사전 인지”... 군부도 내분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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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최고위급 인사가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사실이라면 23년 장기집권을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철옹성 같던 권력 중심부에서부터 이미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통합사령관 출신인 세르게이 수로비킨 장군이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반란 시도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고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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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반란 공모자들 색출해 숙청 나설 수도
러시아군 최고위급 인사가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사실이라면 23년 장기집권을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철옹성 같던 권력 중심부에서부터 이미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러시아의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된 것이라는 견해마저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통합사령관 출신인 세르게이 수로비킨 장군이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반란 시도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고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미 관리들이 정보기관에 이를 보고했으며, 정보기관은 수로비킨 장군이 실제 무장반란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에 대한 파악에 나섰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전쟁 총사령관에 오른 수로비킨은 특별한 이유 없이 임명 3개월 만인 올해 1월 해임됐다. 이후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총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그러나 수로비킨은 강등 이후에도 작전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러시아군 내부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의문은 수로비킨이 정말 반란 사태에 엮였는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쏠린다. NYT는 그가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게라시모프에 앙심을 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이번 반란의 이유가 ‘무능하고 부패한’ 군 수뇌부 때문이라며 게라시모프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타깃으로 지목했다. 반면 프리고진은 수로비킨을 상당히 높게 평가해 왔다. 수로비킨 역시 프리고진에 대해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로비킨의 총사령관 경질을 두고 일각에선 “바그너의 세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왔었다.
다만 수로비킨은 반란 사태 당일인 23일, 텔레그램에서 바그너그룹을 향해 “적들은 우리 내부의 정치 상황이 나빠지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며 “너무 늦기 전에 (진격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수로비킨이 푸틴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내려는 게 아니라, 게라시모프와 쇼이구의 해임에만 동의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로비킨을 비롯한 러시아군 장군들과 프리고진 간 ‘사전 교감’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더 있다. 미국에서는 “프리고진과 바그너가 로스토프나도누에 무혈입성하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모스크바 코앞까지 저항 없이 진격할 수 있었던 배경엔 이들 간 동맹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일 경우, 푸틴 대통령이 전날 TV 연설에서 “사태 발생 초기부터 ‘대규모 유혈 사태를 피하라’고 지시했다”며 자신의 판단 탓에 바그너의 진격이 가능했다고 설명한 것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실제 다른 고위급 장성들의 연루 가능성도 있다. 블라디미르 알렉세예프 중장이 바그너의 반란 당일 ‘쿠데타’라며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을 때, 바그너그룹은 그가 프리고진, 유누스벡 예프크로프 국방부 차관과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중재 목적이었을 수는 있지만, 러시아군 엘리트 그룹 내부의 분열을 보여 주는 단면일 수도 있다. NYT는 전·현직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다른 권력자들이 도우러 올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면 프리고진은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푸틴 대통령은 아직 반란의 책임을 전적으로 프리고진 한 명에게 돌리고 있다. 그러나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은 여럿 남아 있다.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은 “이상한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공모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가 군 내부에서 프리고진을 도운 세력을 색출해 숙청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NYT의 수로비킨 관련 보도에 대해 “이번 사태에 대한 많은 추측과 가십 등이 있을 것”이라며 “이 역시 그런 예 중 하나”라고 선을 그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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