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버려진 '애완 거북'의 반격…천적 없는 생태계 교란종 됐다
천적이 없는 외래종 거북이가 우리 하천에서 토종 생물들을 마구 잡아먹고 있다고 합니다. 30년 전, 애완용으로 수입된 거북이들인데, 사람들이 하천에 버리면서 골칫덩이가 됐습니다.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가봤습니다.
[기자]
경남 김해의 한 하천입니다.
거북이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던져둔 포획망을 들어올려봤더니 거북이 한 마리가 잡혀 있습니다.
뱃가죽이 노란 거북이인데요.
제 손바닥 2개를 합친 것보다 크기도 크고 무게도 꽤나 무겁습니다.
잔디밭에 작은 흙더미가 여러 개 있습니다.
새끼 거북이가 알을 까고 나간 흔적입니다.
인근의 다른 하천에서도 거북이가 잡혔습니다.
[전홍용/생태 전문가 : 작년에 부화한 거지 이 정도 크기는. 이거 또 들어와 있지.]
눈 옆에 붉은 점이 있어서 붉은귀거북이로 불리는 외래종입니다.
작고 귀여워 30년 전 애완용으로 처음 들여왔습니다.
문구점이나 수족관에서 3000원이면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싫증이 나거나 크기가 커지면, 하천에 버려졌습니다.
[안성호/경기 고양시 장항동 : 방생하러 온 사람들 나 이 동네에 사니까 자주 오잖아요. 그러면 말려요. 넣지 말라고.]
하천에 버려진 붉은귀거북이는 천적이 없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자랐습니다.
토종붕어나 개구리 등을 마구 잡아먹습니다.
[전홍용/생태 전문가 : 물속에서는 토종 물고기와 거북이와 전쟁을 하는 중이죠.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관계…]
20년 전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되면서 수입도 판매도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전국 하천에 이미 퍼졌습니다.
햇빛이 내리쬐면 일광욕을 하러 슬금슬금 올라올 정돕니다.
[김시완/경기 고양시 장항동 : 대왕 거북이. 저기 이렇게 땅에 엉금엉금 뛰어다니고 있었어.]
외래종 거북이가 늘어나자 일부 지자체는 직접 나섰습니다.
고양시는 매일 생선을 넣은 그물을 호수에 설치해 거북이들을 잡고 있습니다.
[한철수/경기 고양시청 호수공원팀 부팀장 : 고등어, 생고등어. 미끼로 쓰는 거죠.]
하지만 거북이는 물에서만큼은 움직임이 빨라 잡기 쉽지 않습니다.
저희가 어제 거북이를 잡기 위해 던져둔 통발입니다.
하루 동안 뒀는데 아직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직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외래종 거북이들은 여전히 시중에서 쉽게 사고 팔 수 있습니다.
[작은 거요? 3만원. 큰 거는 10만원]
하지만 외래종 특성상 하천에 버려지면 언제든 최상위 포식자가 될 수 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 페닌슐라쿠터(청거북의 한 종류) 같은 경우도 저희가 이제 교란종으로 지정을 하는 거에 대해서도 검토는 하고는 있어요.]
전문가들은 정부가 생태계 교란종 지정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족관에선 작고 귀여운 거북이였지만 하천에 버려지면 골칫덩이가 됩니다.
토종 생물을 위협하는 건 사실 거북이가 아니라 거북이를 버린 사람들일지 모릅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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