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버려진 '애완 거북'의 반격…천적 없는 생태계 교란종 됐다

권민재 기자 2023. 6. 2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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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천적이 없는 외래종 거북이가 우리 하천에서 토종 생물들을 마구 잡아먹고 있다고 합니다. 30년 전, 애완용으로 수입된 거북이들인데, 사람들이 하천에 버리면서 골칫덩이가 됐습니다.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가봤습니다.

[기자]

경남 김해의 한 하천입니다.

거북이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던져둔 포획망을 들어올려봤더니 거북이 한 마리가 잡혀 있습니다.

뱃가죽이 노란 거북이인데요.

제 손바닥 2개를 합친 것보다 크기도 크고 무게도 꽤나 무겁습니다.

잔디밭에 작은 흙더미가 여러 개 있습니다.

새끼 거북이가 알을 까고 나간 흔적입니다.

인근의 다른 하천에서도 거북이가 잡혔습니다.

[전홍용/생태 전문가 : 작년에 부화한 거지 이 정도 크기는. 이거 또 들어와 있지.]

눈 옆에 붉은 점이 있어서 붉은귀거북이로 불리는 외래종입니다.

작고 귀여워 30년 전 애완용으로 처음 들여왔습니다.

문구점이나 수족관에서 3000원이면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싫증이 나거나 크기가 커지면, 하천에 버려졌습니다.

[안성호/경기 고양시 장항동 : 방생하러 온 사람들 나 이 동네에 사니까 자주 오잖아요. 그러면 말려요. 넣지 말라고.]

하천에 버려진 붉은귀거북이는 천적이 없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자랐습니다.

토종붕어나 개구리 등을 마구 잡아먹습니다.

[전홍용/생태 전문가 : 물속에서는 토종 물고기와 거북이와 전쟁을 하는 중이죠.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관계…]

20년 전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되면서 수입도 판매도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전국 하천에 이미 퍼졌습니다.

햇빛이 내리쬐면 일광욕을 하러 슬금슬금 올라올 정돕니다.

[김시완/경기 고양시 장항동 : 대왕 거북이. 저기 이렇게 땅에 엉금엉금 뛰어다니고 있었어.]

외래종 거북이가 늘어나자 일부 지자체는 직접 나섰습니다.

고양시는 매일 생선을 넣은 그물을 호수에 설치해 거북이들을 잡고 있습니다.

[한철수/경기 고양시청 호수공원팀 부팀장 : 고등어, 생고등어. 미끼로 쓰는 거죠.]

하지만 거북이는 물에서만큼은 움직임이 빨라 잡기 쉽지 않습니다.

저희가 어제 거북이를 잡기 위해 던져둔 통발입니다.

하루 동안 뒀는데 아직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직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외래종 거북이들은 여전히 시중에서 쉽게 사고 팔 수 있습니다.

[작은 거요? 3만원. 큰 거는 10만원]

하지만 외래종 특성상 하천에 버려지면 언제든 최상위 포식자가 될 수 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 페닌슐라쿠터(청거북의 한 종류) 같은 경우도 저희가 이제 교란종으로 지정을 하는 거에 대해서도 검토는 하고는 있어요.]

전문가들은 정부가 생태계 교란종 지정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족관에선 작고 귀여운 거북이였지만 하천에 버려지면 골칫덩이가 됩니다.

토종 생물을 위협하는 건 사실 거북이가 아니라 거북이를 버린 사람들일지 모릅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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