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한 기업인의 ‘통 큰 선심’
2019년 5월 미국의 한 억만장자가 대학 졸업식 축사 도중 “졸업생 모두의 학자금 대출을 내가 대신 갚아주겠다”고 깜짝 발표를 했다. 4000만달러(약 520억원) 빚을 일거에 털어낸 졸업생 300여 명은 얼싸안고 환호했다. 그해 연말, 일본에선 한 억만장자가 세뱃돈 100만엔을 1000명(100억원)에게 선착순으로 뿌렸다. 그는 “돈이 사람의 행복감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궁금해서”라고 했다.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서민 행보로 시선을 끌지만, 할리우드에선 ‘통 큰 선심’으로 유명하다. 그는 매트릭스 출연료 3800만달러(약 495억원)를 영화 제작진에게 나눠줬다. 스턴트맨 12명에겐 고가의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선물했다. 그는 “어렸을 때 소중한 가족을 잃은 경험 탓에 내 주변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통 큰 선심은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고향, 친인척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롯데 창업자 신격호 회장은 댐 건설로 울주군 둔기리 고향 마을이 수몰되자, 마을 잔치를 40년 이상 열어 주민들을 위로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가난했던 청년 시절 자신을 도와준 친인척 14명에게 주식 1452억원어치를 나눠주었다.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고향인 전남 순천시 운평리의 주민 280여 가구에 많게는 1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나눠준 것이 알려져 화제다.
▶이 회장의 이색 기부에 대한 반응이 각양각색이다. “수구초심(首丘初心), 멋진 고향 사랑” “의리의 사나이”란 칭송이 있는가 하면 “불우 이웃 돕기가 더 낫다”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반응도 있다. 어떤 이는 “나를 아는 사람에게 베풀어야 인정을 받고, 죽어서도 이름을 남긴다”면서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했다. 현대 뇌과학에 따르면 사람이 타인의 인정과 호감을 얻게 되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돼 행복감을 느낀다. 이런 행복감은 기부를 하면 할수록 강해져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고 부른다고 한다.
▶일반인은 이런 식의 고향 사랑을 감히 흉내도 내기 어렵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 ‘고향 사랑 기부제’가 시행되고 있다. 개인이 고향에 기부를 하면 500만원 한도에서 세금 감면 혜택을 준다. 기부를 받은 지자체는 기부금의 30%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제공한다. 대개 지역 특산물이다. 우리보다 15년 앞서 이 제도를 도입한 일본에선 한 해 고향 기부액이 8조원에 이른다. 소박한 고향 기부로 소소한 헬퍼스 하이를 느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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