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퍼부은 폭포비, 수도권 때린다... 최대 150㎜ 예보
기상청은 29일 중국 산둥반도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정체전선과 함께 한반도로 접근해 중부지방에 오전부터 비를 뿌리기 시작, 이날 밤까지 전국으로 영향권을 넓히겠다고 28일 예보했다. 빗줄기는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굵어질 전망이다. 정체전선이 빠르게 남하(南下)하면서 30일부터는 남부 지방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겠다. ‘2차 장마전선’이다. 첫 장마전선은 28일 아침까지 호남·경남에 한 달 치 비를 쏟아내고 남해상으로 빠져나갔다.
이번 장마전선의 형태는 작년 8월 8일 서울을 잠기게 한 ‘극한 집중호우’ 때와 비슷하다. 남북으로 폭은 좁고, 동서로 가늘게 긴 모습이다. 시간당 30~60㎜의 집중호우가 예고됐다. 정체전선 폭이 좁을수록 특정 지역에 많은 비를 한꺼번에 쏟아내는 경향이 있다. 하천 범람이나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 29일 오전부터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지방에 내리는 비는 강수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체전선과 저기압이 함께 온다는 점은 다행이다. 정체전선 폭이 좁더라도 저기압이 더해지면 비가 내리는 범위가 일시적으로 넓어져 집중호우 형태로 내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남부 지방이다. 정체전선은 빠르게 남하하면서 3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남부 지방과 제주도 부근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때 정체전선은 더 이상 저기압과 함께하지 않는다. 작년 수도권 집중호우 때와 유사한 폭우를 쏟아낼 수 있다. 태평양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가 발달하면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 비가 많아지고, 중부지방에 적어지는데 그런 경향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작년 가뭄으로 고생했던 남부 지방은 올해의 경우 홍수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미 남부 지방과 제주에는 장마가 시작되고 많은 비가 내렸다. 첫 장마전선의 끝물이던 27~28일 호남권에는 정체전선과 함께 불안정한 저기압까지 더해지며 많은 비가 내렸다. 광주 지역에는 16시간 동안 274.6㎜의 비가 내렸다. 광주의 평년 7월 강수량(294.2㎜)과 맞먹는 한 달 치 비가 하룻밤 사이 내린 것이다. 이번 ‘2차 장마’도 무서운 기세로 비를 뿌릴 것으로 보인다.
29~30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강원·충청·영남권 50~150㎜, 경기북부·호남권과 제주도 100~250㎜ 등이다. 지역별 이번 장마의 ‘정점’은 중부지방이 29일 낮부터 밤까지, 남부 지방이 29일 오후부터 30일 낮까지, 제주도가 30일 아침부터 밤까지다.
중부지방은 다음 달 1~3일 흐린 가운데 내륙을 중심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무덥겠다. 기상청은 “하지(夏至)를 갓 지난 지금이 태양의 복사에너지가 가장 강하게 들어올 때라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온이 큰 폭으로 오르며 매우 덥다”고 설명했다.
비는 다음 달 4일 저기압을 동반한 정체전선이 한반도에 다시 영향을 미치며 또 한 차례 전국을 적시겠다. 현재는 4일 오후에만 비 예보가 돼 있지만 4일 오전이나 5일에도 비가 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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