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택시 유류비를 기사에게 떠넘긴다면?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구역의 택시운송사업자는 택시의 구입 및 운행에 드는 비용 중 다음 각 호의 비용을 택시운수종사자에게 부담시켜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2호에서 ‘유류비’를 명시하고 있다. 또 위 법률 제18조 제1항 1호, 제23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장관은 유류비 등을 택시운수종사자에게 전가시킨 택시운송사업자에 대해 택시운송사업면허의 취소, 일정기간 사업의 정지, 감차 등이 따르는 사업계획 변경을 명할 수 있고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
이에 유류비 부담을 회피할 의도로 어느 택시운송사업자와 노동조합이 외형상으로는 유류비를 택시운송사업자가 부담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류비를 택시운전근로자에게 부담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가 납부할 사납금을 인상하는 합의를 한 사건이 있었다. 이를 부당하게 여긴 택시운전근로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자신이 부담한 유류비 상당의 사납금을 반환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과연 이러한 합의는 유효할까?
이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2023년 4월 27일 선고 2022다307003 판결)은 우선 위 법률이 택시운송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해 택시운수종사자의 복지 증진과 국민의 교통편의 제고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됐다는 점과 유류비 전가금지 규정의 취지는 택시운수종사자가 부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열악한 근로 여건에서 초래되는 과속운행, 난폭운전, 승차거부 등을 미연에 방지해 승객들이 보다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법률의 제정 목적과 위 규정의 도입 취지 및 내용, 위 규정을 위반한 행위가 각종 행정제재 및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는 점, 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과 택시운송사업자에 대한 택시운수종사자의 종속적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법원은 택시운송사업자의 운송비용 전가를 금지하는 위 규정은 ‘강행규정’으로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강행규정’이란 말은, 설사 택시운송사업자와 노동조합이 위 제12조 제1항의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기로 자유롭게 합의(유류비를 택시운전근로자들이 부담하기로 약정하는 합의)했다 하더라도, 그 합의는 무효라는 말이다.
대법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유류비의 부담을 회피할 의도로, 외형상으로는 택시운송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질은 사납금 인상을 통해 유류비를 택시운전근로자에게 부담시킨 행위도, 강행규정인 위 규정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적인 행위로서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의 논리적 귀결로 택시운전근로자는 그동안 부담한 유류비 상당의 돈을 반환 받을 수 있게 된다. 형식보다 실질을 꿰뚫어 본 법원의 판단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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