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죽이려던 푸틴, 내가 막았다!"… 몸집 커지는 벨라루스
프리고진엔 "벌레처럼 짓밟힐 것" 진격 만류
반란 끝낸 프리고진도 품어... 존재감 급증해
러시아 핵 배치 속도... 벨라루스 리스크 증대
러시아의 긴밀한 동맹국인 벨라루스를 이끄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존재감이 부쩍 커졌다. 최근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과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이를 중재해 유혈 충돌 없이 사태가 마무리되도록 한 게 주된 이유다. 게다가 반란을 접은 뒤 러시아를 떠나 벨라루스로 향한 프리고진도 품었고, 바그너의 새 거점이 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앞서 시작된 러시아 전술핵무기의 벨라루스 배치 작업도 거의 마무리됐다. 전 세계의 시선이 벨라루스에 쏠릴 수밖에 없는 국면이 된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벌어진 이 같은 상황을 루카셴코 대통령은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다만 국제사회는 '러시아 맹방'이자 '푸틴의 절친'인 그의 향후 행보를 두려움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벨라루스 대통령, '반란 협상' 막전막후 공개
2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프리고진의 모스크바 진군을 어떻게 막았는지 상세히 공개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23일 밤 바그너 용병들과 함께 무장반란을 일으켰다가, 다음 날 돌연 중단했다. '1일 쿠데타'로 끝난 것이다.
루카셴코 대통령 설명을 종합하면 이렇다. 푸틴 대통령은 24일 오전 10시에 그와 전화 통화를 했다. 프리고진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군 사령부를 점령한 직후였다.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을 사살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이 "서두르지 말라"고 말렸다. 그는 "프리고진의 군사력과 대외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살려두는 게 낫다"며 푸틴 대통령을 설득했다.
이어 오전 11시, 프리고진과의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과 연락이 닿지 않은 반면, 루카셴코 대통령과의 대화에는 응했던 셈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에게 "모스크바로 향하는 길에 용병들이 벌레처짓밟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리고진을 향해 '모스크바 진격을 멈추라'는 설득은 쉽지 않았다. 논쟁도 오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첫 30분 동안 대화에는 욕설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말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러시아 정부도, 프리고진도 부인하진 않고 있다. 오히려 반란 중단 후 행적이 묘연했던 프리고진은 27일 벨라루스에 입국했다. 이 사실을 공개한 당사자도 루카셴코 대통령이다. 푸틴 대통령에 의해 암살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프리고진이 머물고 있다는 것 자체가 벨라루스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프리고진 품은 벨라루스… '위험덩어리' 됐다
프리고진의 향후 계획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현재로선 벨라루스에 일단 체류하면서 다시 세력 규합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비중 있게 나오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를 환영했다. 그는 "바그너그룹을 위한 캠프를 건설하고 있지는 않지만, 필요하다면 유휴 군사기지를 제공할 것"이라며 "바그너 지휘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전선) 전장에서 얻은 귀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벨라루스를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중부에 건설 중인 '아시포비치 캠프'가 프리고진과 바그너에 제공될 수 있다는 설도 돈다.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용병에게 △국방부와 정식 계약 △귀향 △벨라루스행 등을 선택지로 제시한 것도 프리고진의 벨라루스 내 세력 구축설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 입장에선 전선 확대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벨라루스는 핵무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27일 승진 군 장성들에 대한 견장 수여식에서 "이미 상당한 핵무기가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로 반입됐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러시아 핵무기를 프리고진이 관리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벨라루스는 지난 3월 러시아와 전술핵무기 배치에 합의했고, 올 연말까지 반입 절차를 끝낼 계획이다.
"나토, 유럽 동부 경계 강화를"... '안보 우려' 커져
국제사회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특히 벨라루스 접경국인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이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들 나라는 당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향해 "강력한 안전 보장"을 요구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바그너가 벨라루스에 연쇄 살인마를 배치하면 이웃 국가들은 더 큰 위험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다음 달 11,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에서 벨라루스 접경국 보호를 위한 추가 조치가 논의될 것임을 예고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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