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마약음료' 첫 재판…공범 전 연인 "도박하는 줄 알아"

보이스피싱 관리책 전 연인
"마약 범죄 연관 전혀 몰라"

[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를 먹인 일당의 첫 공판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28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를 받는 길모 씨, 박모 씨, 김모 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보이스피싱 중계기 관리책으로 지목된 김씨의 전 연인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김씨의 부탁으로 발신이 정지된 휴대전화 유심을 폐기하거나 새 유심으로 교체하는 등 범행을 도와줬지만 "마약과 관련된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강남 마약음료 사건과 연관된 줄 몰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도 "일체 몰랐다"고 답했다.

A씨는 "지난해 8월경 김씨와 교제를 시작한 후 김씨가 '통신사판매업'을 하는 걸로 알았다"며 "김씨가 시키는대로 했고, 불법적인 일이더라도 마약과 관련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의 불법성 있는 일인가'라고 묻는 검찰의 질문에 "도박 정도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씨가 보수를 A씨의 계좌로 받은 것도 "당시 김씨 통장이 거래가 중지돼 제 명의로 받게 됐고, 생활비를 준다고 해서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 측은 이날 공판에서 보이스피싱 가담 혐의에 대해 "올해 3월 초부터 가족의 휴대전화 번호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것을 알게 되면서 가담 사실을 인식했다"며 "해당 시점 이후부터 공소사실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변작중계기를 이용해 중국 인터넷 전화번호를 한국 국내번호로 바꿔 학부모 협박 전화에 가담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지난달 4일 재판에 넘겨졌다. 본인 명의가 아닌 차명계좌로 약 1500만 원의 범죄 수익을 입금받아 자금을 세탁한 혐의도 있다.

길씨는 중국 소재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우유에 필로폰을 넣은 마약 음료를 제조하고 학생들에게 나눠준 뒤 학부모들에게 자녀를 신고하겠다며 금품을 갈취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길씨에게 필로폰을 공급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 대한 다음 공판은 내달 10일 열린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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