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인 척 “햇살론 받으세요”… 수수료 30억 뜯은 일당

윤준호 2023. 6. 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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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업체를 통하지 않고 신청할 수 있는지 몰랐어요. 당연히 중개 수수료를 줘야 하는 줄 알았죠."

특히 이들 광고에는 중개 수수료에 대한 안내가 없지만, 정작 대출 상담을 받으면 전산 작업비 등을 구실로 대출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요구한다.

28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햇살론' 대출 상품을 중개한 후 수수료 명목으로 29억7000만원가량을 불법 수수한 총책 B(27)씨 등 일당 24명을 대부업법,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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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대부업법 위반 등 24명 송치
시중銀 직원인 척 피해자에 접근
총 1513명에 245억 대출 중개해
주선 대가 대출액 최대 50% 갈취
대포폰도 개통… 개인정보 팔기도
“대출시 본인 확인 절차 강화돼야”

“중개업체를 통하지 않고 신청할 수 있는지 몰랐어요. 당연히 중개 수수료를 줘야 하는 줄 알았죠.”

20대 A씨는 대출을 알아보던 중 ‘신용 조회 없이 대출해 준다’는 광고를 보고 한 대부업체에 연락했다. 업체 직원은 대출 실행을 도와주겠다며 은행에서 본인 확인 문자가 오면 바로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A씨는 업체를 통해 ‘햇살론’으로 1600만원을 대출받았는데, 이후 그들은 대출금의 30%에 해당하는 480만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내놓으라고 했다.
28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경찰서에서 열린 1,513명 서민 대출을 중개하며 불법 수수료 29.7억원을 수수한 일당 검거 브리핑에서 범죄에 사용된 핸드폰 및 관련 서류들이 진열돼 있다. 뉴스1
사실 A씨는 중개업체를 통하지 않고도 시중은행에서 대출 실행이 가능했다. 햇살론은 서민금융진흥원 보증으로 연 소득 4500만원 이하 저신용자에게 저금리로 대출해 주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중개업자가 해준 건 A씨 대신 은행을 간 것뿐이었다. A씨는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대부업체 직원의 협박이 두려워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현행법상 중개업체가 수수료를 받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는다.

이러한 불법 중개업체는 구글 등 포털사이트에서 ‘햇살론’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업체들은 ‘7분 안에 한도 확인’, ‘비대면으로 당일 송금 진행’, ‘햇살론 이용 중이라도 추가대출, 재대출 당일 가능’, ‘소득 증빙 어려워도 ○○○○에선 가능합니다’ 등의 광고 문구로 저신용자들의 시선을 끈다. 특히 이들 광고에는 중개 수수료에 대한 안내가 없지만, 정작 대출 상담을 받으면 전산 작업비 등을 구실로 대출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요구한다.

28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햇살론’ 대출 상품을 중개한 후 수수료 명목으로 29억7000만원가량을 불법 수수한 총책 B(27)씨 등 일당 24명을 대부업법,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B씨와 중간관리자 등 5명은 구속, 나머지 19명은 불구속 상태로 송치됐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513명에게 총 245억원가량 대출을 중개한 뒤 수수료로 29억7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대출 실행이 거부된 고객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DB)를 구매한 뒤, 햇살론을 취급하는 시중은행 직원인 척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을 중개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금액은 대출금액의 10∼50%였다. 중개 수수료가 불법인 걸 아는 피해자들에게는 자기들이 승인에 필요한 코드를 발급해 대출이 나온 것이므로 코드 발급에 따른 비용을 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더 많은 수수료를 가로채기 위해 기존에 대출금이 있을 땐 채무를 대신 상환해 대출자의 신용을 높여, 은행에서 더 많은 금액으로 재대출을 받게 했다. 재대출의 경우 수수료 비율이 30∼40%로 더 높았다. 일당은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어려운 이들에겐 대포폰 개통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넘겨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팔기도 했다.

불법 수수료 편취를 막기 위해서는 대출 시 본인 확인 절차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서민금융진흥원 측에 본인 확인 절차 강화와 대부 중개 수수료 관련 홍보를 건의했다”며 “본인이 직접 은행에 방문해 신청하면 대부업체가 끼어드는 일도 자연스레 없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의 통계를 보면 이러한 불법사금융 적발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불법사금융 관련 피해 신고·상담은 약 6만여건으로, 이 가운데 수사를 의뢰한 건 495건에 달한다. 전년 대비 검거 건수는 16%, 범죄수익 보전금액은 66% 증가하기도 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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