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잠깐만” 감사원장 만류에도 발언 이어간 유병호 사무총장

조문희 기자 2023. 6. 2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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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인정하고 심의해달라” -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총장님, 총장님, 총장님” - 최재해 감사원장
- 감사위원회 6월1일 회의록 중 일부

감사원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결과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는지를 두고 내부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핵심 당사자인 조은석 감사위원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사이 갈등 상황을 보여주는 감사위원회 회의록이 28일 공개됐다. 전 전 위원장 개인 책임은 불문하되 기관엔 주의 경고를 의결한 지난 1일 감사위 발언을 기록한 것이다. 경향신문이 해당 회의록을 열람한 결과 조 감사위원과 유 총장은 회의 내내 갈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위 시작하자마자 충돌

유 총장과 조 위원은 이날 회의 시작부터 부딪쳤다. 조 위원이 최재해 감사원장의 감사위 제척 여부를 정식 안건으로 올려 판단하자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었다. 조 위원은 최 원장이 전 전 위원장을 고발당한 당사자여서, 감사원법상 ‘감사위원은 자기와 관계있는 사항에 관한 심의에는 관여할 수 없다’는 규정에 걸린다고 주장했다.

유 총장은 “유관기관(권익위)에서 이미 제척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을 끝냈다”며 반박했다. “왜 창피하게 (원장 제척을) 감사원이 논의하냐”고도 했다. 조 위원이 “새로운 안건이 상정되면 위원장은 당연히 제척”이라고 하자, 유 총장은 “그것은 궤변”이라고 맞받았다. 그 사이 최 원장이 “잠시만요” “총장님, 제 발언권을 얻고 얘기해주시고요”라며 여러 차례 만류했지만 유 총장은 말을 이어갔다.

최 원장은 “(저를) 제척할지 말지 위원들이 합의해서 결정해달라”며 제척 여부를 정식 안건으로 올릴지 여부를 일단 위원 간 간담회 형태로 정해달라고 청했다. 조 위원은 “정식 논의하자”는 입장이었다. 유 총장은 “주심위원이 원장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 감사원 74년 역사상 이런 건 처음” “(감사원)법을 조롱하고 있다” “무슨 의도로 원장을 (제척하려 하느냐)”이라며 조 위원을 비판했다. 논란 끝에 감사위원들은 현장 간담회에서 최 원장을 제척하지 않기로 정하고 회의를 이어갔다.

유 총장의 반대는 최 원장 제척시 의결정족수(4명) 확보가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 원장 포함 감사위 구성원은 총 7명이다.

■전현희 감사 쟁점 두고 충돌 이어져

감사원이 전 전 위원장의 비위 여부를 들여다본 결과를 논의하는 이후의 심의 과정에서도 두 사람은 갈등했다.

지난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과 관련한 권익위의 유권해석이 한 쟁점이었다. 전 전 위원장은 추 전 장관에게 유리한 유권해석을 하도록 지시하고, 관련 보도자료를 실무진이 작성한 것처럼 꾸몄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권해석에 관해 제가 개입한 것은 전혀 없다”고 증언한 것도 거짓 의혹에 휩싸였다.

조 위원은 권익위 직원의 진술이 내적 모순을 갖고 있다는 등 이유로 ‘불문’(책임을 묻지 않음) 의견을 제시했다. 유 총장은 “이 사건은 심플하다. (전 전 위원장이 실무진인 부하직원에게) 거짓말을 시키고, 국회에 가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조 위원이) 지엽적인 증거를 가지고 온갖 납득하기 어려운 말씀을 하신다”고 반박했다. 조 위원이 “불문이므로 관련 내용을 보고서에서 다 날려야 하는데, 사무처 입장을 생각해 써주겠다”고 하자 유 총장은 “위원님 혼자 불문”이라고 맞받기도 했다.

■“위원 발언을 끊나...좋은 의사진행 아냐”

감사위는 당시 회의 끝에 전 전 위원장의 추 전 장관에 유리한 유권해석 관련 의혹은 물론, 출퇴근 시간 미준수 의혹에 대해서도 불문 결정을 내렸다. 유 총장은 유권해석 건에 대해 “조치할 사항이 없는 것으로 의결됐나”라고 질문했다. 최 원장이 “예”라고 대답하자, 유 총장은 “제 생각엔 위원회의 심의권 범위를 일탈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감사위원들 사이에선 유 총장의 의견 개진이 많아 회의 진행이 어렵다는 불만이 나왔다. 한 감사위원은 “위원들이 의견을 형성해서 발언하는데 중간에 말을 끊고 들어오는 것은 좋은 회의 태도가 아니다”라며 “(최) 원장이 회의 전에 ‘발언하려면 반드시 신청해라, 그에 따라서 발언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고 지적하자, 유 총장은 즉각 “저희도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최 원장이 “잠깐만 잠깐만”이라고 제지했지만 유 총장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인정하고 심의해달라”고 발언을 이어갔다. 최 원장은 “총장님, 총장님, 총장님”이라며 급히 유 총장의 말을 잘랐다.

감사원의 이번 회의록 공개는 지난 20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회의 중 여야 합의에 따른 것이다. 당시 회의에는 최 원장, 유 총장, 조 감사위원 외 유희상·임찬우·김인회·이미현·이남구 감사위원이 참석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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