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니…공공부문 정규직화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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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나서 간접채용·비정규직 등 질 낮은 일자리를 없애자는 차원에서 추진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새 정부 들어 '경영효율화'란 이름으로 과거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직고용으로 전환된 업무가 다시금 노인일자리 등 간접고용 형태로 재외주화하는 한편, 정규직 업무의 결원을 기간제 노동자로 채우는 등 고용의 질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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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사하구 등 지자체도 속속 비정규직 채용 움직임
국가가 나서 간접채용·비정규직 등 질 낮은 일자리를 없애자는 차원에서 추진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새 정부 들어 ‘경영효율화’란 이름으로 과거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직고용으로 전환된 업무가 다시금 노인일자리 등 간접고용 형태로 재외주화하는 한편, 정규직 업무의 결원을 기간제 노동자로 채우는 등 고용의 질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시설공단은 2026년까지 청소·경비 공무직 약 200명의 퇴직 결원을 노인일자리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앞서 시설공단은 지난 1월 남부지하도상가사업소(남포·광복) 청소·경비 인력으로 기간제 노인일자리 7명을 채용했다. 청소 일자리는 하루 7시간 주 6일 근무, 경비 업무는 하루 8시간 격일로 돌아간다. 인력 채용·관리는 지역 시니어클럽이 맡는다. 새로 직고용 인력을 뽑는 대신 용역을 통한 재외주화(간접고용)에 나선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때 시설공단은 부산시 산하 지방공기업 중 두 번째로 많은 실적을 냈다. 지난해 1월 기준 시설공단은 기간제와 파견용역 등 총 567명 중 442명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이들 모두는 자회사 등을 통한 간접고용이 아닌 시설공단에 직고용됐다. 가장 많은 인원이 정규직 전환된 부산교통공사(1424명)는 1059명이 자회사로 편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고용 규모는 시설공단이 가장 컸다. 2021년 말 기준 부산에서는 광역기초지자체 및 지방공기업의 총 인원 8602명 중 3739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시설공단이 3년 만에 재외주화에 나서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 영향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각 공공기관에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하라는 취지의 지침을 내렸다. 비교적 업무 난도가 낮고 인력 대체가 쉬운 공무직 인원은 동결 또는 감축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시설공단 공무직 노동자의 임금은 한 해 3600만~3800만 원 수준이지만, 노인일자리 인력은 2800만 원 전후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정부의 지침이 있었던 만큼 새로 공무직을 뽑기는 어려웠다. 노인일자리로 채용이 이뤄지면 재정적 여유가 생기는데, 한 사업장에 공무직보다 많은 인원을 투입할 수 있어 시민 서비스 차원에서도 좋다”고 말했다.
재외주화와 함께 부산지역 기초지자체에서도 경영효율을 명분으로 한 비정규직 채용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연제구는 지난해 기존 환경미화 공무직 노동자 3명이 퇴직해 생긴 결원을 기간제로 채용해 논란을 불렀다. 사하구는 지난해 환경미화원 적정 인력을 산출해 2명을 더 채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를 정규직으로 뽑을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대신 가을 낙엽철에 두 달간 기간제 노동자 약 30명을 투입해 운영할 방침이다.
이날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공공기관으로의 확대를 막아야 한다”고 규탄했다. 부산일반노조 천연옥 위원장은 “IMF 이후 한국사회에 늘어난 비정규직과 이들이 겪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수십 년간 싸워 얻은 결과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다”며 “한국사회의 비정규직 문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라는 의미였는데 하루 아침에 재외주화 일자리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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