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 육성 위해 대전외국인학교 입학 기준 완화해야"

현 내국인 입학 자격 '외국 거주기간 3년'
해외 과학자 유치 위해 제한 두지 말아야
'자녀교육' 고려한 수도권 이탈 방지해야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육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대전외국인학교의 내국인 입학 자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녀교육을 위한 수도권 이탈을 막고, 해외 우수과학자를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지역의 국제교육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28일 시에 따르면 대전시는 내달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입학 자격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을 교육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등 지역 여건과 특성을 고려해 교육감이 최소 거주기간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대전 유성구 용산동에 위치한 대전외국인학교(국제학교·TCIS)는 여타 외국인학교처럼 내국인 입학 자격이 있다. '외국인학교 및 외국인 유치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외국 거주기간 3년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일각에선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우수 연구진이 지역을 이탈하거나, 해외 우수 연구진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국내에선 자녀의 교육 여건에 따라 타 지역이나 해외로 이사를 결정하는 사례가 많다. 자녀교육 문제가 비수도권의 지역 이탈을 부추기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앞서 구본환 전 대전시의원은 2021년 본회의에서 "외국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과학자들에게 자녀 교육을 고민하게 해선 안된다"며 내국인 입학자격 제한을 완화하는 법령 개정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대전시가 정부 기조에 발 맞춰 반도체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해외 과학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외국인학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앞서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달 싱가포르를 찾아 한인과학기술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반도체 분야 해외 과학자를 지역에 유치할 필요가 크다고 비전을 밝힌 바 있다. 교육이 정주환경의 핵심으로 꼽히는 만큼, 제도 완화가 필요한 것이다.

대전외국인학교가 위치한 용산동은 연구개발특구법(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적용받고 있는데, 이 법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인근 대전 둔곡·신동·도룡 일대는 내국인의 입학 제한이 없는 국제과학벨트법(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적용받고 있다. 이미 TCIS(대전외국인학교) 발전자문위원회는 정치권에 연구개발특구법 개정을 호소한 상태다. 현재 대전세종연구원이 진행 중인 '우수 연구인력 유치를 위한 외국인학교 입학제도 정비' 연구 결과가 나오면, 해당 내용을 토대로 법안 개정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지역마다 적용받는 특별법이 달라 형평성 문제도 나온다. 제주국제학교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내국인 비율 상한이나 외국 거주기간 제한이 없다. 경제자유구역법이나 새만금사업법 등을 적용받는 지역도 내국인의 입학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석봉 대전시 경제과학부시장은 "대덕특구와 대전시가 발전하려면 인재를 유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지역사회가 외국인학교 활성화를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며 "제주나 송도처럼 대덕특구의 특수성을 고려해 입학 자격을 완화하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