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징수는 저지 안돼" KBS 與 이사들, 김의철 사장 퇴진 압박

노지민 기자 2023. 6. 2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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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루 누가 쥐고 있는지 착각...시행령 개정 저지할 수 없다"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령을 통한 TV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KBS 이사회에선 여권 이사들이 김의철 사장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KBS 이사회는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경영진으로부터 '수신료 분리징수 진행상황과 대응방안' 보고를 받았다. 관련 보고를 통해 최선욱 KBS 전략기획실장은 방통위가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통합하지 못하도록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40일의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단축하고, 일부 입법 절차를 누락했다고 했다. 시행령 개정을 위한 규제 심사, 수신료 분리징수가 이뤄질 경우에 대한 영향평가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KBS는 21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와 개정령안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헌법재판소에 신청한 데 이어 26일 방통위가 입법예고를 단축한 것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에서 KBS 이사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KBS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여권 이사들은 김의철 사장 사퇴가 해법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은수 이사는 최근 KBS 내부 직능단체 등 성명과 투표를 거론하면서 “사원들이 뜻을 모았는데 사장께서는 다른 변죽을 울리고 있다”고 했다.

이에 김 사장이 “공식 기자회견, 사내 게시판으로 수신료 분리징수가 철회되면 나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을 말씀드렸다. 당장 사퇴하는 게 현재 국면을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돌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판단”이라고 말하자 이 이사는 “사장이 퇴진하고 그 이후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가 바로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정치적 피해자, 순교자처럼 행세하느냐”고 했다.

권순범 이사도 “현 경영진으로는 지금 사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PD협회가 성명을 냈다”며 “다시 한 번 사장께 여쭤본다. 사퇴할 의사가 없느냐”고 물었다. 김 사장이 2017~2018년 고대영 당시 KBS 사장 퇴진을 주장했던 사례를 들어 “KBS와 후배들을 위해 퇴진을 요청한다는 동일한 목소리가 후배들 입에서 나오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자 김 사장은 “당시 KBS는 다 아시다시피 신뢰도와 영향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수치로 나와 있다. 지금은 공정성 이슈 관련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객관적 지표는 과거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여권인 이석래, 김종민 이사는 KBS가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에 제기한 법적 조치가 무용할 수 있다며 김 사장 사퇴를 촉구했다. 이석래 이사는 “용산(대통령실) 타령만 하고,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정부가 진행하는 게 타당하다고 가처분이나 헌법소원 결과가 나왔을 땐 어떻게 책임을 질 건가”라고 물었다. 이 이사는 “집행부(KBS 경영진) 퇴진보다 우리 이사회 퇴진이 더 먼저여야 한다”며 “우리를 희생해서 KBS를 살리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김 사장은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것이 법치 아닌가.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고 판단했을 때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법'”이라며 “절차나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법률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로도 이석래 이사는 '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질문을 반복했고, 김 사장은 “가정을 전제로 답변하지 않겠다”며 “이사님은 정부의 분리징수 정책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뒤이어 김종민 이사는 “(KBS가 승소할) 가능성이 몇 퍼센트인가”라며 “칼자루를 누가 쥐고 있는지 착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시행령 개정은 저지할 수 없다. 가처분, 헌법소원은 100% 기각”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대책 없이 할 것 같으면 오늘 당장 사퇴하라. 그것이 사장 명예와 KBS 미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 2023년 6월8일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김의철 KBS 사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KBS

반면 야권(다수) 이사들은 정부의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과정과 김 사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조숙현 이사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주장하는 세력이 말하는 공정성이나 방만경영 개선 수단으로서의 분리징수는 방통위나 대통령도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는 걸 알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이사는 “국민 입장에선 KBS 경영,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수신료 납부 거부를 할 수 있고 통합징수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대도 그것은 국민이나 시민단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지 방통위가 독립성과 자유를 침해하는 이 상황, 충분한 논의나 숙고, 전체 공영방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 없이 진행되는 지금의 상황은 올바르지 않다”고 했다.

정재권 이사는 “KBS 시스템을 허물려고 하는 움직임을 대통령실이 주도해서 (TV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시행령으로 한다는 것은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타당하지 않다. 이것이 우리가 논의해야 하는 문제의 본질”이라며 “법적으로든, 여론의 설득을 통해서든, 수신료 문제의 입법 주체인 국회를 통해서든, 다양한 방식으로 분명하게 사회적 컨센서스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이사회가 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KBS 이사회는 법적 근거 없는 정치권 관행에 따라 여권 추천 7명, 야권 추천 4명으로 구성돼 왔다. 현 이사회는 문재인 정부에서 구성됐기 때문에 지금의 여권 이사가 소수로 분류되며, 이사진 전원이 사퇴하면 현 여권 우위로 이사회가 재편될 수 있다. 여권 이사들은 대통령실이 수신료 징수방식을 온라인 설문에 부친 지난 3월, 김 사장이 '분리징수 철회 시 사퇴' 주장을 한 지난 8일에도 KBS 경영진과 이사진의 동반 사퇴를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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