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푸틴, 프리고진 제거 지시… 내 설득으로 결정 번복”

이지안 2023. 6. 2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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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와그너 반란사태 당시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살 결정을 내렸었다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자국 국영 벨타통신을 통해 반란사태를 중재했을 당시 상황을 공개하며 "(프리고진에 대한) 제거 결정이 내려졌었다. 나는 푸틴 대통령에게 서두르지 말고, 그의 지휘관들과 함께 대화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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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사태 당시 통화내용 공개
“프리고진엔 모스크바 진격 경고
시간 걸렸지만 결국 설득 성공”
양측 협상 중재 성과 홍보 열올려
프리고진 벨라루스 도착도 공식화
폴란드 등 인접국 강한 우려 표명
美, 와그너그룹 자금조달 기업 제재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와그너 반란사태 당시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살 결정을 내렸었다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밝혔다. 프리고진이 이날 벨라루스에 도착한 사실이 공식 확인되면서 이 나라와 맞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우려가 커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자국 국영 벨타통신을 통해 반란사태를 중재했을 당시 상황을 공개하며 “(프리고진에 대한) 제거 결정이 내려졌었다. 나는 푸틴 대통령에게 서두르지 말고, 그의 지휘관들과 함께 대화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러, 우크라 미사일 공격… 여성 부상자 구조 와그너그룹 반란 사태 뒤 27일(현지시간) 재개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최소 8명이 숨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크라마토르스크 식당 잔해에서 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 등이 여성 부상자를 구조하고 있다. 크라마토르스크=로이터연합뉴스
루카셴코 대통령은 “‘소용없다. 프리고진이 전화도 받지 않고 누구와도 대화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던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설득으로 마음을 돌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쁜 평화가 어떤 전쟁보다 낫다”며 푸틴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과의 첫 번째 통화가 끝난 후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과 통화했다. 그는 프리고진에게 “(모스크바로) 가는 길에 벌레처럼 짓밟힐 것”이라고 경고했고,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결국 설득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반란사태 당시 푸틴 대통령, 프리고진 모두와 통화하며 극단으로 치달을 뻔한 양측 협상을 중재한 성과를 낸 뒤 이를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벨라루스 대통령실 제공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도착한 사실도 공식 확인했다. 그는 “벨라루스에 도착한 프리고진과 와그너그룹 병사들에게 버려진 군사기지 하나를 쓰라고 제안했다”며 “공격·방어 전술 등 전투 경험을 와그너그룹으로부터 얻어올 것”이라고 환영했다.

우크라이나 접경국이자 러시아의 군사동맹인 벨라루스에 와그너그룹이 주둔하면서 폴란드·리투아니아 등 인접국은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7개국 정상 만찬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매우 심각하고 우려스러운 일로, 우리는 강력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역시 “연쇄살인범(와그너)들이 벨라루스에 주둔한다면 모든 인접국이 큰 불안정성에 직면하는 것”이라고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벨라루스가 와그너그룹의 새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며 “벨라루스와 인접한 나토 회원국들의 방어 태세가 항상 갖춰져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이날 와그너그룹 관련 제재를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러시아 국적의 와그너그룹 임원 1명과 그룹의 자금 조달 역할을 하는 기업 4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국 정부는 반란사태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제재 발표 시점 연기를 고려했으나 결국 예정대로 진행했다.

러시아 정부는 반란사태 이후 들끓은 여론 진정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이날 영국 타임스에 따르면 크레믈궁은 전날 자국 언론에 ‘쿠데타’와 ‘폭동’이라 용어 대신 ‘반란시도’라는 용어를 사용하라는 보도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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