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매 맞을 걸 알면서도 무리수 둔 CGV 속내는
일각서 매각 위한 시나리오라는 주장도
돌려줘야 할 PEF 투자금도 부담 요인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주주들의 뭇매를 맞고 있는 CJ CGV(079160)의 유상증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등 악화된 재무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최근 3개년 간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단계에서 무리하게 몸집보다 큰 규모의 자금을 확충해야만 했었는지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CJ CGV는 지난 20일 570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9월 중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대주주인 CJ(001040)가 600억원 규모로만 주주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주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나머지 물량은 일반 주주에 배정한 뒤 실권주는 일반 공모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CJ는 4500억원 규모로 평가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체를 CJ CGV에 현물출자할 계획이다.
조달한 5700억원의 현금은 채무상환에 3800억원을, 시설자금에 1000억원, 운영자금에 900억원을 각각 사용한다. CJ는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넥스트 CGV’ 전략으로 다양한 신사업 진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들어오는 자금의 3분의 2가량이 사실상 빚을 갚는데 투입된다.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는 높은 수준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미상환 영구채 등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 주가 하락과 주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지금이 재무구조 개선과 신사업 투자의 적기”라며 “부채비율 감소 효과까지 감안한 마지막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올 1분기 기준 CJ CGV의 부채비율은 912%다. 1조원의 자본이 확충된다면 부채비율은 240%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밖에도 3000억원대의 미상환 회사채를 올해 상환해야 하고, 9000억~1조원에 달하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중 일부 물량은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에 직면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입되는 현금과 자본잉여금을 더한 금액이 결손금과 맞아떨어지는 점을 들어 회계상 부실을 털어낸 뒤 향후 매각에 나서겠다는 계획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인구 전인구경제연구소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유입되는 현금과 현재의 자본잉여금을 합친 금액은 이익잉여금 적자 규모와 대략 일치한다”며 “회계상 부실을 털어내고 ‘신사업’이라는 성장성을 불어넣은 뒤 가치를 높여 향후 청산이나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입되는 현금인 5700억원과 5900억원 수준의 자본잉여금을 합산하면 1조1000억원대의 적자 상태인 이익잉여금 규모와 유사하다는 계산이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은 어디까지나 추측이나 짐작에 불과한 측면이 있지만, 일부 분노한 주주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지난 2020년 한 때 취약한 재무구조와 업황 부진을 이유로 CJ CGV에 대한 매각설이 돌기도 했으나 사측은 부인한 바 있다.
이밖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돌려줘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CJ CGV의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을 자회사로 둔 CGI홀딩스는 지난 2019년 미래에셋증권PE·MBK파트너스로부터 3330억원을 투자받은 바 있다. 2016년에도 CJ CGV는 IMM PE로부터 터키 해외법인에 1000억원을 투자받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마음과 미래의 계획을 어떻게 알겠나”라면서도 “현재로서는 현물출자를 위해 책정된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가치가 공정한지 등을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김근우 (roothel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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