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1주일 걸렸어요"…'병원 밖 출산' 신고 주저하는 임산부들

【 앵커멘트 】 이른바 '유령 영아'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정부가 2천 명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고, 국회도 출생신고제와 보호출산제 등의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죠. 그런데 사각지대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병원 밖에서 태어난 아기들입니다. 출생신고를 주저하는 미혼모는 물론 뜻하지 않게 가정에서 출산하게 된 산모들조차 출생신고를 하려 해도 증빙서류가 많은데다 절차도 복잡해 신고를 망설이게 되는 일들도 있습니다. 신영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미국의 유명 작곡가 잭 햄시가 자신의 부인이 둘째 딸을 가정분만으로 낳는 과정을 촬영한 영화입니다.

▶ 스탠딩 : 신영빈 / 기자 - "국내에서도 전체 출산의 1%, 연간 100건에서 200건 정도의 출산이 병원 밖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병원 밖 출산 출생신고는 분만에 관여한 사람의 신상이 포함된 출생사실 증명서면이나, 임신 사실과 출생 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 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코로나 19 등의 이유로 가정 내 출산을 결심한 A 씨 부부가 필요한 서류를 안내받고 출생신고하는 데는 꼬박 일주일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 인터뷰(☎) : A 씨 / 병원 밖 출산(가정) 임산부 - "가정 출산이 많지 않으니까 아예 매뉴얼을 모르는 건 이해가 가는데…. 그냥 시일이 오래 걸리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실제로 기자가 병원 밖 가정 출산은 출생신고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주민센터에 물어봤습니다.

- 병원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가정 내에서 출산했거든요. 이 경우에는 좀 서류 같은 게 어떤 게 필요한지. = 저 한 번 구청에 물어볼게요.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주민센터 공무원도 병원 밖 출산이 드문 일이라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 인터뷰(☎) : A 씨 / 병원 밖 출산(가정) 임산부 - "미혼모 같은 경우는 그럴 확률이 더 높아질 것 같고 병원을 안 갈 수도 있는데 그러면 어떻게 출생신고를 하는지…."

특히 병원 밖 출산을 한 미혼모는 복잡한 절차 때문이라도 하려던 신고조차도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양승원 / 주사랑공동체 사무국장 - "병원에서 출산과 동시에 출생 신고를 하면 좋죠. 그럼에도 임신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는 위기 임산부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익명으로 출생신고를 하게 해서…. (이 경우엔 출생신고 절차도) 간소화되는 거죠."

뒤늦은 감은 있지만, 국회는 오는 30일 출생통보제를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보호출산제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는 등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MBN뉴스 신영빈입니다. [welcome@mbn.co.kr]

영상취재: 이성민 기자 영상편집: 최형찬 그래픽: 박경희 김지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