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3년 이상 거주해야 입학"… 유난히 높은 대전 국제학교 문턱

입학자격 규제로 학생 수 지속 감소… 13년 만에 247명 ↓
자격 제한 없는 타 외국교육기관·국제학교와 형평성 문제

대전외국인학교(국제학교·TCIS) 외부 모습. 사진=대전외국인학교 제공

대전외국인학교(국제학교·TCIS)에 까다로운 입학 자격이 적용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입학자격에 제한이 없도록 특별법으로 보호받는 타 지역 외국교육기관 및 국제학교에 반해, TCIS는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 내 위치하고 있음에도 일반 외국인학교와 동일한 입학자격 제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28일 대전시와 TCIS 등에 따르면 현재 TCIS의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0년 637명이던 재학생 수는 올해 390명으로 247명 줄었다. 13년만에 24.84% 줄어든 수치다.

전국적으로 외국인학교 설립이 난무하고 지자체별 국제학교 설립 움직임이 빗발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TCIS를 둘러싼 엄격한 규제가 학생 수 감소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현재 TCIS는 초중등교육법 제60조의2와 외국인학교 및 외국인유치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 제10조를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내국인은 3년 이상 해외에 거주해야만 입학할 수 있으며, 내국인 학생 선발은 학년별 정원의 30%까지만 허용된다. 경제자유구역법, 제주특별법 등으로 입학 자격에 제한이 없는 외국교육기관 및 국제학교와 비교해 입학 문턱이 높은 셈이다.

이는 지역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내국인 입학자격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과도 연결된다. 국제화된 전문인력이 대전에서 육성될 수 있도록 하려면 교육정주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하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TCIS가 대덕특구 내 위치해 내·외국인 과학 연구인력 유치 및 국제교육 정주여건 조성에 기여함과 동시에 통상적인 국제학교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음에도 규제로 인해 다수의 연구진 자녀들이 자격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전외국인학교 연도별 재학생 현황. 그래프=대전외국인학교 제공

비교적 입학 문턱이 낮은 타 지역 국제학교로 수요가 쏠릴 수밖에 없다는 점도 규제 완화에 힘을 싣는다. 최근 인천, 부산, 평택 등 지자체별 국제학교 설립 '붐'이 일어나면서 초·중·고 학생 해외유학 수요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교육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현재 중부권 교육청인가 국제교육기관으로는 TCIS가 유일하다.

TCIS 관계자는 "내국인 입학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등 자녀교육 문제로 해외 우수 연구진이 지역을 이탈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면서 "특구 내 위치한 TCIS의 규제는 다른 지역의 외국교육기관 및 국제학교와의 형평성 문제와 연결되는 만큼 조속히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대덕특구 내 외국인학교임에도 여타 외국인학교와 동일하게 자격 제한을 받고 있다"며 "전국 외국인학교에 동일 적용되는 외국거주기간(3년 이상)에 대해 지역 여건을 고려해 교육감이 최소 거주기간을 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건의하려고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