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나이 통일법' 도입…"아직은 혼란스러워"

술집·편의점 등은 악용 우려, "안내문도 없는데"
관공서와 은행업·보험업계는 현장에 혼선 없어

대전일보DB

28일부터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면서 지역 곳곳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이미 만 나이를 사용 중이던 관공서와 달리 술과 담배를 파는 식당과 편의점 등에서는 적지 않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대전 서구에서 요리주점을 운영 중인 주모(50) 씨는 "앞으로 손님들 생일까지 다 확인해야 하는 거냐"며 "2004년생 중 생일이 지나지 않은 손님은 받지 말아야 하는 거냐. 아직 이해가 잘 안된다"고 걱정했다.

만 나이 통일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중구의 한 편의점을 운영하는 권모(34) 씨는 "만 나이로 통일하자고 해놓고 술·담배 판매할 때는 연 나이를 적용한다고 해서 혼란스럽다. 현재 2004년생 중 생일이 안 지난 사람들은 만 18세임에도 술·담배를 살 수 있다. 근데 2005년생 중 생일이 지난 사람들은 또 만 18세인데도 술·담배를 못 사는 거 아니냐"며 "만 18세인 2005년생은 매장에 와서 행패를 부릴 수도 있는데, 제도에 적응하지 못한 업주나 아르바이트생들은 휘말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관련 내용 공문이나 포스터도 없는데 지자체에서 보내주고 적응할 때까지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에도 만 나이를 사용해온 관공서의 경우 현장 혼란 없이 차분한 분위기다. 이날 외교부는 여권 업무와 관련, '변경되는 것은 없다'는 내용의 공지를 내렸다.

은행권과 보험업권도 금융 관련 법령에 따라 대부분 만 나이를 적용하거나 개별 기준을 두고 있어 현장 혼선이 적은 모습이다. 기존 고령 소비자 보호지침의 경우 만 65세 이상으로, 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한도 부여도 만 18세 이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역모기지론은 만 55세 이상-74세 이하, 청년 전세대출은 만 34세 이하, 청년도약계좌는 만 19세 이상-34세 이하 등이 기준이다. 토스뱅크 등 일부 금융사는 자사 누리집과 상품설명서 등에 표기된 나이 문구 변경을 마쳤다. 금융감독원도 이날부터 관련 금융 불편이 접수되면 이에 대해 안내하는 '만 나이 금융 불편 상담센터'를 본격 가동하고 나섰다.

보험업권에서는 별도의 '보험 나이'를 적용하고 있다. 보험 나이는 계약일에 만 나이를 기준으로 6개월 미만이면 끝수를 버리고, 6개월 이상이면 끝수를 1년으로 계산한다.

지역 보험업계 관계자는 "만 나이 도입과 달리 별도 기준이 적용돼 관련 문의가 많지는 않다"며 "고객이 문의한 상품의 개별약관에 따라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