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위기...설립자 후손 총장 재선임 불렀다

청주대 김윤배 전 총장, 9년만에 총장 복귀  
"위기 타개 적임자" 학내 구성원 일제 환영
총동문회·지역 사회, "책임 경영 화답해야"

27일 청주대 캠퍼스 입구에 김윤배 신임 총장을 환영하는 교수연합노조 명의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청주대 제공

“퇴진 운동까지 벌였던 강성 노조가 지지 성명을 내다니, 격세지감이 듭니다.”

청주대 A교수가 신임 총장으로 설립자 후손인 김윤배 전 총장이 선임된 데 대해 대학노조가 지지 성명을 낸 것을 두고 한 말이다. A교수는 “김 전 총장과 사사건건 부딪혔던 노조가 총장 복귀를 환영하는 건 분명 이례적인 일”이라며 “대학 내부에 큰 변화가 있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윤배 신임 청주대 총장 선임 소식에 학내 구성원과 지역 사회가 일제히 환영하고 나선 것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위기에 처한 지방대의 피할 수 없는 선택’이란 분석과 함께, 작금의 상생 분위기를 살려 지역거점 사립대로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청주대 학생, 교수,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은 김 총장 선임 발표 직후 잇따라 지지 성명을 냈다. 학생운영위원회는 “김 총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축적된 경험이 학교 발전에 바탕이 될 것”이라며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성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강물이 되어달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학생회는 특히 “신임 총장이 구성원들의 상생과 협력을 통해 최선을 다한다면 학생회는 언제나 든든한 힘이 되겠다”고 했다.

교수연합노조도 이날 학내 게시판에 올린 성명에서 “지방대 소멸 위기를 극복하려면 강한 뚝심을 가진 총장이 필요하다. 교수들은 신임 총장의 대학 경쟁력 제고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지지를 표했다.

지지 성명 대열에는 대학노조까지 가세했다. 민주노총 소속 전국대학노조 청주대학교지부는 학교법인 이사회의 김 총장 선임에 대해 “심화하는 지방대 위기를 극복하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노조는 이어 “김 총장은 경륜을 바탕으로 학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총장 선임 과정에 총동문회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우 청주대 총동문회장은 “내년에 100주년을 맞는 학원이 위기를 타개하고 미래 100년을 향해 가기 위해서는 대학 발전을 이끌 구심점이 필요했고, 그 역할에는 김 총장이 적격이라고 모든 동문들이 뜻을 모아 학교법인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김 총장은 여러 이유를 들어 총장 복귀를 한사코 거절했었다”며 “학내 구성원들의 설득과 지역사회 여론에 떠밀려 복귀를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지역 교육계 인사 B씨는 “학내 구성원들이 설립자 후손을 다시 불러낸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는 방증”이라며 “과거 총장 시절, 구조 혁신과 글로벌화로 성과를 냈던 김 총장이 강력한 리더십과 책임 경영으로 지역사회의 기대에 화답해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김윤배 신임 청주대 총장.

앞서 학교법인 청석학원(이사장 표갑수)은 27일 이사회를 열어 청주대학교 제14대 총장으로 김윤배 전 총장을 선임했다. 김 총장은 청주고와 고려대를 나와 영국 헐(HULL)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원 설립자 3세인 그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6~9대 청주대 총장을 역임했다.

재직 당시 그는 약 2,000억 원을 투자해 종합정보관, 초현대식 기숙사와 도서관, 충북 최대 실내체육관 건립 등 교육기반 구축에 매진했다. 또 보건의료학과와 군사학과를 신설하고, 해외 유학생 유치 등 글로벌화에도 앞장섰다. 김 총장의 임기는 7월 1일부터 4년간이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