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TV조선 재승인 조작’ 방통위 간부 파면·해임 요구

배민영 2023. 6. 2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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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재임 시절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조작 의혹에 연루된 방통위 국·과장을 각각 파면 및 해임 조치할 것을 방통위에 요구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 국·과장은 극도의 보안 유지 속에 TV조선에 대한 재승인 심사 점수를 조작한 사실을 한 전 위원장한테 은밀히 보고했던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양 전 국장은 감사원 조사 당시 차 전 과장과 TV조선 점수 수정 관련 상의를 한 적이 없고 일부 심사위원과 개별 접촉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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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점 나오자 “시끄러워지겠네”
방통위 전 국장 ‘사후 수정’ 유도
한상혁 전 위원장에 은밀히 보고

감사원은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재임 시절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조작 의혹에 연루된 방통위 국·과장을 각각 파면 및 해임 조치할 것을 방통위에 요구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 국·과장은 극도의 보안 유지 속에 TV조선에 대한 재승인 심사 점수를 조작한 사실을 한 전 위원장한테 은밀히 보고했던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날 방통위 정기감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뉴시스
감사원에 따르면 방통위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도 상반기 종편·보도채널 재승인 심사 평가를 그해 3월16∼20일 닷새간 실시했다. 심사 결과 TV조선이 얻은 총점은 650점을 넘었고 ‘방송의 공적 책임’ 등 중점 심사사항에서도 50% 이상을 얻었다. TV조선이 유효기간 4년의 재승인을 받는 데 지장이 없는 ‘합격점’이었다.

한 전 위원장은 TV조선 심사 결과를 보고받고는 당혹스러워했다고 한다.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후의 점수 조작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우선 양모 전 방송정책국장이 심사위원장인 윤모 교수한테 점수 조작을 제안했다. 이에 윤 교수는 심사위원 2명을 접촉해 TV조선 점수를 ‘사후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차모 전 운영지원과장은 윤 교수와 모의한 두 심사위원에게 제출된 심사평가표를 돌려줬다. 이후 중점 심사사항 평가 결과가 ‘과락’으로 뒤집혔고, TV조선은 유효기간 3년인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양 전 국장은 이를 방통위 상임위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한 전 위원장에게만 보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양 전 국장은 감사원 조사 당시 차 전 과장과 TV조선 점수 수정 관련 상의를 한 적이 없고 일부 심사위원과 개별 접촉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그러나 심사 평가를 위한 합숙 당시 방통위 직원들과 회식을 하던 차 전 과장이 양 전 국장의 전화를 받고 심사위원들과 별도 술자리를 가졌다는 방통위 직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양 전 국장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TV조선 재승인 의혹으로 기소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TV조선에 대한 점수 조작에 따른 불이익 사건과 관련해 한 전 위원장과 양 전 국장, 차 전 과장, 윤 교수 등 관련자들은 현재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TV조선이 정당하게 얻은 점수를 의도적으로 깎은 방통위는 KBS에는 온정적 태도를 취한 것으로 드러나 대조를 이뤘다. 감사원은 2017년 KBS에 대한 감사에서 상위직급(2직급 이상)이 전체 직원의 60%를 초과하는 ‘가분수형’ 인력구조를 개선하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그해 지상파 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 당시 감사원 지적을 반영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KBS에 요구했다. 이후 KBS는 상위직급 비율이 57.4%에 달한다는 내용의 이행실적을 2020년 방통위에 보고했다. 감사원은 KBS의 이행 실적이 저조한데도 방통위가 조건을 이행했다고 보고 ‘재허가’로 심의·의결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건물에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외에도 방통위가 외부 추천 몫인 시청자·소비자 분야 심사위원 3명을 방통위 상임위원이 밀어준 사람들로 채운 점, 방통위 고위직 차량 운전 담당 직원이 경마장에 수시로 드나든 점 등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방통위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기간 중에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제출해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에 이번 감사원 결과에 대해서 따로 입장을 표명할 건 없다”며 “감사 결과를 전달받으면 감사원의 지적사항에 대한 필요한 후속조치를 조속한 시일 내에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영·이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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