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에도 건전재정은 계속…재정의 '지속가능성' 모색"
정부가 경기 부진 속에서도 건전재정 기조 유지를 결정한 것은 우선 올해 들어 세수 부족이 심각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4월까지 누계 국세수입이 전년동기대비 33조9000억원 적은 134조원에 머물며 '세수 펑크' 우려가 커졌다.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 여력 감소와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건전재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판단의 기저에는 "나랏빚 급증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함도 있다. 정부는 야당이 주장하는 민생 회복 추가경정예산은 물론이고 세입 경정 추경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재정건전성 악화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가채무는 4월 말 기준 1072조7000억원에 달했고 연말 1134조4000억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인기 없는 긴축재정, 건전재정을 좋아할 정치 권력은 어디에도 없다. 불가피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야욕이 아니라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긴축·건전재정이 지금 불가피하다"고 했다.
경기가 하반기엔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것도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한 배경으로 읽힌다. 이달 1~20일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5.3% 증가로 전환하는 등 수출 부진이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월간 기준 수출 반등, 나아가 무역수지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재정 투입 필요성이 낮아지면서 정부로선 건전재정 기조 유지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내년 예산안 규모는 올해(638조7000억원)보다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4년 예산 규모를 669조7000억원으로 밝혔는데 이런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말하는 건전재정이 무조건 지출을 줄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비춰볼 때 내년 예산안은 어느 해보다 '선택과 집중'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재정 투입이 필요한 분야로 △국방·법집행 등 국가의 본질적 기능 강화 △약자 보호 △미래 성장 동력 확충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군 장병 처우 개선 △취약계층 사회서비스 확대 △첨단과학기술 R&D(연구개발) 등을 꼽았다.
지난해 말 기재부가 발표한 재정비전 2050 컨퍼런스 내용을 참고하면 추진 방향은 4가지로 요약된다. △2050년도 재정건전성 목표 제시 △재정정책 패러다임 재정립 △장기 재정전망에 근거한 중장기 재정위험 공개 △재정위험 극복과 재정병폐 치유를 위한 개혁과제 발굴 등이다.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선 △재정준칙 법제화 △지속가능한 재정운용관리체계 구축 △중앙-지방간 협력적 재정관계 구축 △저성과·유사·중복사업 구조조정 △의무·경직성 지출 원점 재검토 등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들이 집중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사회보험 재정 문제도 논의 대상이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개혁, 건강보험 효율화, 장기요양보험 지출 적정화 등이 관련 대책으로 거론된다. 저출산 재정 사업을 재정비하는 방안이나 출산·양육비와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등 청년세대가 체감할 수 있는 사업도 재정비전에 담길 전망이다.
성장동력 창출을 통한 삶의 질 제고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관련 대책으로 정부는 중소·벤처 기업의 정책금융 개편 등을 통해 민간시장 중심의 성장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대학혁신-재정지원 연계 강화, 지역 균형발전 투자의 성과제고 등도 성장을 뒷받침할 사업들이다.
이 밖에 △재난 대응 △기후변화 △공급망·식량 위기 등 미래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지원 시스템 마련도 재정비전에 포함될 전망이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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