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사드 전자파 측정까지 은폐한 文정부

2023. 6. 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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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성주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을 정부가 5년 동안이나 국민에게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2017년 환경부가 약식 평가를 완료한 이후 올해 1월까지 사드 기지 주변 4개 지점에 대해 34번이나 전자파 수치를 측정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가 인체 보호기준의 최대 0.025%를 넘지 않았던 명백한 사실을 사드 배치를 반대했던 지난 정부의 정치적 입장 때문에 의도적으로 감춰왔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피해는 막심했다. 고립된 사드 기지에 근무하는 장병들은 오·폐수가 넘치고, 냉·난방도 안 되는 천막과 컨테이너의 열악한 작전 환경을 감수해야만 했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대한 장병들이 난데없는 감옥생활을 해야만 했다는 뜻이다. 성주의 참외 농가도 '전자파 참외'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속수무책으로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사드의 레이더가 문제였다. 레이더에서 방출되는 강력한 전자파가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참외 농사를 망쳐버릴 것이라는 엉터리 괴담이 국민 이성을 마비시켜버렸다. 실제로 레이더의 열기를 경험한 주민도 없고, 전자파에 튀겨져서 썩어가는 참외도 없었다는 명백한 진실은 억지 괴담에 힘을 잃어버렸다.

전자파가 인체에 위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방사성 물질에서 방출되는 감마선·X-선도 그렇고, 심지어 자외선·가시광선·적외선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적외선·마이크로파·라디오파(RF)·극저주파(ELF)처럼 주파수가 낮은 전자파도 그렇다. 지나치게 강한 전자파가 인체를 구성하는 원자·분자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화상(火傷)을 입을 수도 있고, 피부 등에 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

X밴드라는 8~12㎓ 대역의 마이크로파를 이용하는 사드 레이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드 레이더의 빔이 사람이나 참외밭에 직접 닿으면 열에 의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마이크로파를 사용하는 전자레인지에 넣은 고기가 익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렇다고 무작정 겁을 낼 일은 절대 아니다. 사드 레이더는 전자레인지처럼 좁은 공간에서 가동되는 것이 아니고,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밭에서 재배하는 참외를 못 먹을 정도로 익혀버릴 정도로 강력한 것도 아니다. 더욱이 언제나 직선을 따라 전파되는 전자파의 독특한 특성을 이용하면 전자파의 위험을 간단하게 회피할 수 있다. 강력한 레이더 빔이 직접 닿지 않는 곳에서는 아무 피해가 발생할 수 없다는 과학적 사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레이더 빔에 의한 피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사실 미사일 방어용 레이더 빔을 사람이나 농경지를 향해 발사해야 할 이유가 없다. 사드 레이더를 충분히 높은 위치에 설치하고, 레이더의 방향을 지상으로부터 5도 이상의 각도를 유지하도록 관리한다면 되는 일이다. 더욱이 레이더로부터 100미터 범위의 '제한구역'을 설정하면 사람이나 농작물이 레이더 빔에 직접 노출되는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환경부와 국방부가 반복적으로 확인한 것도 그런 관리 지침이 정상적으로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과학적으로 아무 근거가 없는 괴담은 국민 불안을 자극해서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챙기겠다는 '선동'의 수단이다. 실제로 고압송전망과 전자기기에서 방출되는 극저주파가 인체에 위험하다는 '전자파 유해론'은 1976년 미국의 사이비 기자 폴 브로더가 만들어낸 괴담이었다. 그는 전자파 유해론 덕분에 백만장자로 행복한 노후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괴담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실제로 전 세계의 많은 국가의 국민이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정부도 괴담에 떨고 있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낭비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민과 참외가 사드 전자파에 '튀겨진다'는 어처구니없는 괴담도 마찬가지다. 엉터리 괴담은 건강한 상식과 확실한 과학 지식이 실종된 사회에서 판을 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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