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박인터뷰] 용혜인 "둘째 꼭 낳고 싶은데…우리 사회는 거대한 노키즈존"

전용우 기자 2023. 6. 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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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노키즈존'이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요.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 주요 외신들이 최근 우리나라의 '노키즈존'(No Kids Zone: 영유아나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장소)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주제는 노키즈존이 아이와 양육자(엄마ㆍ아빠 등)를 차별하는 사회적 배제인지, 조용한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의 타당한 권리인가의 논쟁이었습니다.

물론 노키즈존을 둘러싼 갈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다만, 세계 최저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노키즈존의 확산이라는 역설적 상황을 외신은 굉장히 호기심 있게 들춰냈습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외신의 주요 취재 대상이 됐습니다.
어린이날 맞아 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노키즈존' 기자회견하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지난 5월 4일, 국회)

2021년 7월 갓난아이와 등원하고, 지난 5월엔 두 살배기 아들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공공시설부터 노키즈존을 없애자”고 제안했지요.

용혜인 의원은 JTBC 담박인터뷰에서 "'노키즈존'은 그냥 아기만 못 들어가는 게 아니라 '노양육자존'이기도 하다"며 "우리 사회가 거대한 노키즈존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와 국회의 역할 부재도 거론했는데요.

"지난 10여년 동안 국회 차원에서 '노키즈존'을 제목에 담고 진행한 토론회가 한 번도 없었다"며 "행정부와 입법부의 무관심이 아동과 양육자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고 사회로부터 고립시켜왔다"는 지적입니다.

다음달 '노키즈존 너머 아동친화 사회로'라는 토론회를 열고 이를 토대로 관련 법안을 신속히 발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용 의원은 "양육이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분위기가 퍼져나가면 초저출산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면서 밝은 목소리로 "저는 둘째 꼭 낳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담박인터뷰
진행 - 전용우 선임기자
대담 -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상임대표)
일시- 2023. 6. 28
인터뷰 요약
▷"노키즈존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거대한 노키즈존 아닌가 생각 많아"
▷"아이 잠깐 우는 모습 인터넷에 올라가 '맘충' '진상맘'될까 위축 경험"
▷"노키즈존, 아이 환대 안한다는 사회 분위기로 읽혀…출산 결정에 부정적 영향"
▷"노키즈존 정기 실태조사와 영업허가제 도입 등 담은 법안 조만간 발의"
▷법제도 보완되면?…"꼭 둘째 아이 낳고 싶습니다"
인터뷰 전문Q 의원님은 두 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이시죠. 현장에서 느끼는 노키즈존의 실상은 어떻습니까
A "아기와 함께 갈 곳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굉장히 많아요. 일하면서 (쉬는 날) 아기랑 놀러 갈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워 매주 울며 겨자 먹기로 키즈 카페에 가게 되는데요. 노키즈존이라고 명시해 놓은 식당이나 카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자체가 거대한 노키즈존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좀 많이 듭니다."
Q '맘충'이라는 혐오적 단어를 '노키즈존'과 연관시키기도…왜?
A "그런 말을 들으면 아무래도 아이와 나갈까라고 생각할 때마다 위축이 되죠. 아이가 어디 가서 잠깐 울기라도 하면 누군가 사진을 찍어 올리면 인터넷에서 내가 '맘충'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진상맘'이 되는 건 아닐까 이런 위축의 경험들을 아마 대부분의 아기 키우는 엄마들은 한 번씩은 갖고 계실 거예요."
Q 현재 분위기는 아이와 엄마는 집에서만 '방콕'에만 있어라 이런 자조가 나오나요
A "아이를 낳기 전에는 저도 노키즈존이라는 말을 잘 인식을 못했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가고 싶은 카페나 식당은 다 노키즈존이었고 '노키즈존'이라는 게 그냥 아기만 못 들어오는 게 아니라 '노양육자' 존이기도 하잖아요. 아기를 집에서만 돌보는 건 한계가 있거든요. 그런데 집 밖으로 나서면 또 어딜 가야 할지 막막한 이런 이중적인 딜레마에 부모들이 빠져 있다고 생각해요."
Q 공공장소에서 일부 부모들이 '방임적'이라는 지적은
A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아이가 뛰는 순간 등에서 땀이 나기 시작할 겁니다. 아마 그 순간 가장 힘든 건 그 부모님일 수도 있는데요. 물론 그 정도가 도를 지나쳐 타인에게 피해를 줄 정도가 된다면 업소나 혹은 주변인들이 제지할 수 있어야겠죠. 하지만 지금 어린이들과 양육자를 대하는 태도는 아이가 조금만 울거나 혹은 조금만 떼를 쓰거나 조금만 뛰어도 바로 어떤 시선들이 꽂히기 시작하는 것이죠. 이런 분위기들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Q 노키즈존이 다른 연령ㆍ직역에 대한 배제론으로 확산한 것인가
A "나와 조금 다르거나 혹은 좀 더 다양한 어떤 존재들을 우리 사회가 관용하고 인정하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좀 많이 어렵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노키즈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노시니어(노년)존, 노아재(중년)존 이런 것들도 등장한다고 하잖아요. 아이와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들을 환대하지 않는 문화도 한 몫을 한다고 볼 수밖에 없고요."
Q 노키즈존 현상을 우리 사회가 직면한 초저출산 문제와 연결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A "일단 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가 굉장히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지 않게 해야 하고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마들의 일로 치부된다는 것이 그대로 좀 반영되어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0.78이라는 숫자가 굉장히 충격적인 전 세계 최하위의 출산율이잖아요. 이런 인구 위기를 극복하려면 아기를 돌보는 일이 개별 양육자들만의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임이 되어야 하고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굉장히 자연스러운 문화와 분위기가 되고 차별들이 완화되어야 초저출산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양육자의 시각, 엄마 아빠의 시각으로 봤을 때 이런 현상(노키즈존)은 출산 의지를 강력하게 꺾는 현실인가요
A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환대받지 못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키울지 아닐지를 선택할 때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의원님은 두 살배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인데요. 눈총 주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둘째 아이에 대한 출산 계획이 있었다면 좀 주춤할 수도 있습니까
A "아무래도 그렇죠. 저는 둘째를 낳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요. 첫째 때는 정말 뭘 모르고 아이를 낳아서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한번 경험을 해봤잖아요. 만약 둘째를 낳는다면 이것들을 또다시 잘 견뎌낼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현실적으로 하게 되죠."
Q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A "노키즈존이라는 말이 시민들한테 익숙해진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동안 국회에서 노키즈존을 제목에 담고 있는 토론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더라고요.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이 아동들에 대한 양육자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고 이들을 사회로부터 고립시켜왔다고 생각하고요. 오늘 7월 11일 세계 인구의 날을 맞아 국회에서 처음으로 '노키즈존 너머 아동친화 사회로'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개최해볼 예정입니다."
Q 토론회를 토대로 새로운 법안에 넣어야 될 핵심 내용은 뭡니까
A "노키즈존에 대한 정기적 실태조사와 영업 허가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 패스트트랙을 공공시설부터 추진할 수 있는 것 역시 빠르게 법제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아동복지법 같은 법에 아동들에 대한 차별을 해소할 국가와 지자체 책임을 명문화해서 집어넣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영업 허가제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A "노키즈존을 아예 금지해 버리는 것보다 노키즈존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는 사업장들에 대해서 허가를 받아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Q 법제도 잘 마련하셔서 의원님 둘째 출산 계획 구체화시키길 바라겠습니다
A "네 꼭 둘째 낳고 싶습니다."
■ 전용우 선임기자의 [담박인터뷰]는
멋내지 않았지만 깊게 여운을 남기는 담박한 음식의 풍미처럼 우리 사회의 이슈와 삶을 관통하는 인물과 현장의 소식을 담담한 시각으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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