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죄는 정부, 총선용 부양책 선그어
2027년 韓부채비율 60% 육박
내년 만기 92조 국채도 비상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 불가피
정부가 세수 보릿고개에도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간다고 천명한 것은 나랏빚이 불어나는 속도가 주요국 중 가장 빨라졌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전 나랏돈 씀씀이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만 사정이 어려울수록 노조 보조금 등 제대로 된 효과 분석 없이 추진된 예산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올해 추가 국채 발행을 제한하는 등 더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것이다.
다만 올해 세수 부족 위기가 심해졌는데 지출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는 만큼 9월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짜야 하는 예산당국은 상당한 도전과제를 안게 됐다.
28일 매일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 보고서 최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2020년 48.7%에서 2027년 57.8%로 9.1%포인트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비교 대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나랏빚이 늘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사용 가능한 대응 카드는 통상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과 국채 추가 발행인데, 정부는 나랏빚을 더 늘리는 국채 발행에는 선을 긋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때 공격적으로 나랏돈을 풀었던 여파에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국고채 규모가 92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고채 상환액은 1년 새 14.9% 불어나 85조960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갚아야 하는 빚 규모가 더 늘며 재정 운용 압박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 정부가 향후 5년간(2023~2027년) 갚아야 할 국고채 규모는 총 373조6357억원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당시 2023~2027년 만기 도래 국고채 규모는 166조원에 그쳤지만 이후 확장 재정에 속도가 붙으며 불과 6년여 만에 상환 규모가 2배 이상 뛰었다. 갈수록 줄어드는 세입은 더 큰 문제다. 경기 침체 여파에 올해 1~4월 국세수입은 134조원으로 1년 새 33조9000억원 줄었다. 올해 남은 기간 지난해만큼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연간 세수는 362조원으로 지난해 실적(395조9000억원)에 비해 8.6% 줄어든다.
관가에선 올해 국정과제 이외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하게 없애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팽배하다. 정부 예산 대신 민간 자본을 활용하는 제도 도입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지금처럼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재정 규모가 너무 커지지 않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예비타당성조사를 실효성 있게 실시해 나랏돈이 필요한 사업에만 쓰이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관행적으로 편성했던 선심성 지출을 전면 개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각 부처의 모든 예산 사업을 원점에서 심사해 국민 삶에 보탬이 되는 사업은 지원하지만, 이외 사업은 과감히 구조조정한다는 것이다. 특히 도덕적 해이로 비판받고 있는 국고보조금 사업은 내년 예산부터 삭감하거나 폐지한다.
금융기법을 활용한 지분 투자 방식을 통해 경제성이 높은 지역 발전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 등 정부가 예산을 태우는 대신 민간 자본을 활용하는 방안도 내놓는다.
[김정환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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